[청년과미래 칼럼] 토익을 피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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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미래 칼럼] 토익을 피한 결과
  • 이재상
  • 승인 2020.01.1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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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상 칼럼니스트
▲이재상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한국청년신문] 대학에 다니면서 내가 늘 해왔던 말 중 하나가 “토익공부는 꼭 해라”라는 말이었다. 사실 토익공부의 필요성을 느껴서라기보다는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상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기업에 다니면서 생판 내 입에서 영어단어 하나 안 나올 것 같은 기업조차 토익점수 800점, 900점을 요구하고 있는 시대이기에 그랬다.

사실 나는 영어공부를 적극적으로 하는 편은 아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실생활에 있어서 필요하며, 내 입에서 나올 법한 단어나 숙어, 그리고 문장은 비교적 자연(native)스럽게 입에서 나오도록 노력을 하는 반면 TOEIC과 같은 사무용 영어단어는 외워지지 않았다.

단어가 외워지지 않으니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의 외국어로 넘어갔다. 한국어는 사실 한반도를 벗어나는 순간 무의미했고, 중국어의 무궁무진한 한자는 외우기 싫었던 나머지 내가 익숙하게 생각하던 로마자를 사용하는 나라 중 친구들이 많이 있는 독일어를 골라봤다. der, die, das같은 정관사를 명사마다 함께 붙여 외우면서 동사의 어미가 형태에 따라 끝없이 변화하는 문법은 난감하게 느껴지면서도 공부를 하는 내내 재미있었다.

독일어의 개념이 잡힌 상태로 러시아어를 공부하게되니 러시아어가 참 쉽게 여겨졌다. 물론 be동사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러시아어는 단어의 어미변화를 통해 뜻을 표현하고, 로마자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인 것을 외워야하는 상황이 있었으나 사실 사무용 영어보다는 재밌다고 여겨져서 이를 열심히 외웠다.

그렇게 한국에 와서 취업을 준비하려고 보니 보이는 모습은 “영어 점수 없는 나의 모습” 뿐이었다. 물론 독일 가서 죽지 않을 정도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러시아권 나라에서는 일상생활의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의 회화구사가 가능했지만 기업이 요구하는 바는 “높은 점수가 보장되는 제2외국어”였고 “토익점수”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주먹구구식 단어 암기가 어떤 가치를 나에게 주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결국 취업 준비를 위해서 나는 돌고 돌아 토익점수를 위한 공부를 하는 중이다. 물론 이 행동이 나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어 단어를 외우면 외울수록 내가 아는 독일어 단어가 줄어들어가고, 영어보다 자유롭게 표현할 줄 알았던 러시아어가 버벅거린다는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영어공부는 오히려 나에게 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어떻게 하겠는가. 결국 세상은 수년이 지나도 똑같은 점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을.

그래도 단어를 외우거나 문장을 외우면서 기분이 나쁠 때 “내가 바꾸려면 같은 길을 밟아서 이겨내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버틴다. 적어도 내가 같은 도로를 운전하면서 사고내지 않는 모범운전자가 된다면 그 때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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