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 병은 미워하되, 민족은 혐오하지 말라
상태바
[청년의 눈] 병은 미워하되, 민족은 혐오하지 말라
  • 박상아
  • 승인 2020.02.14 15: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과 아시안 포비아의 연관성
▲박상아 기자

[한국청년신문=박상아 기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증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211일 자 기준으로 국내외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는 43093명으로 밝혀졌고, 사망환자는 1018명에 육박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중국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 입국 제한이라는 특단의 조처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률이 메르스 사태 때보다 더 높다는 사실에 근거하면 이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보다 더 빠르게 시노포비아가 세계 곳곳으로 침투하고 있으며, 이는 곧 아시안 포비아로 확장된다는 사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최초 발병지가 중국 우한이라는 점 때문에 중국인과의 접촉을 꺼리다 못해 그들에게 반감을 갖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렇듯 반중감정이 도를 넘어 중국 민족에 대한 혐오를 내비치는 현상을 중국인 혐오 즉, 시노포비아라고 한다. 일부 식당에서는 중국인 출입금지 표어를 버젓이 식당 문 앞에 써 붙이기도 하고, 강남역 한복판에서 중국인의 추방을 요구하는 1인 시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작금의 사태는 바이러스 예방 차원의 수준을 넘어 중국인이라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남발하는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이며 중국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빠른 확산을 재촉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사실이 중국 민족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전염병 확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중국 민족 탓으로 돌리는 행위는 부러 증오할 대상을 찾아내 화풀이를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우리나라는 반중 감정 특히, 반조선족 감정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오원춘 토막 살인 사건, 박춘봉 사건 등을 통해 우리는 조선족을 예비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작년 말 집계된 외국인 거주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전체 외국인 중 조선족이 차지하는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그러다 보니 조선족이 저지른 범죄가 외국인 범죄 중에 유독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하지만 언론은 조선족 범죄에 대해서 불필요할 정도로 잔인하게 보도하여 조선족 혐오를 부추겼고, 조선족 혐오는 곧이어 중국인 혐오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영화, 드라마가 이를 이미지화하면서 중국인 혐오는 당연한 개념인 양 우리의 인지 구조 속의 편견으로 굳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시노포비아를 드러낼 정당한 명분이 된 것이다. 하지만 시노포비아는 아시아인 전체에 대한 포비아로 이어질 수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 쉽게 말해 제 얼굴에 침 뱉는 꼴이자 내가 던진 부메랑에 얻어맞는 꼴이다.

이미 서양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계기로 아시아인 전체에 대한 차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로마 유명 음악학교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은 아시아계 학생에게만 국한하여 의료 확인서를 제출할 때까지 수업 참석을 강제로 금지했고, 영국 정부는 자국 홈페이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주의사항을 공지하면서 여행객의 자가격리 권고 국가로 아시아 국가만을 선정해 노골적인 아시아인 포비아를 드러낸 바 있다. 물론 우리가 스위스인과 스웨덴인을 완벽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서양인이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이들을 아시안이라 집단화하고, 아시아인과 코로나바이러스를 묶어 차별과 기피를 정당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지금도 눈 찢어진 사람은 모두 동양인이라는 차별적인 발언을 일삼는 서양인들이 많다. 여전히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열등하다는 황당한 우월의식에 젖어있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우리는 그들의 인종주의에 반감을 드러내고 끊임없이 투쟁해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오늘날 국내에서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는 중국인 혐오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세계적인 반감을 부추기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중국인 혐오 가짜뉴스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사실인 양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가짜뉴스에 선동되어 시노포비아를 자행하는 행위는 스스로 아시아인 포비아를 재촉하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성경에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다.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미워하되, 이를 구실삼아 민족 혐오를 자행하지는 말아야 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타민족에 대한 혐오는 결국 우리를 향한 혐오로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