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의 눈] 요구되는 ‘착함’과 강요받는 ‘자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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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자의 눈] 요구되는 ‘착함’과 강요받는 ‘자발’
  • 김희선
  • 승인 2020.05.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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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청년기자

[한국청년신문=김희선 청년기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분담하고 상생하고자 임대인들은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했다. 이런 선행들은 온라인을 통해 점차퍼져나가며 ‘착한 임대인 운동’이라는 캠페인으로 자리잡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에서 지속적으로 ‘착함’이라는 프레임을 강조하고 교묘하게 이용한다. 정부는 곧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 또한 전국민에게 지급하되, 자발적기부를 강조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먼저 기부 의사를 밝히면서 기부자의 선의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기부하지 않는 사람은 선의 즉, 착한 마음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인가?

정부는 기부라는 ‘착함’에 동참하지 않으면 마치 나쁜 사람이 되는 것만 같은 심리적 압박감을 갖게 만든다. 이는 결국 기부로 이어지게 하는, 자발적이 아닌 강요된 기부인 것이다.

소득 하위 70% 계층에게만 재난지원급을 지급하는 방안으로 합의가 되는 듯 했지만 여당은 결국 총선에서내건 공약대로 전국민으로 지급대상을 넓혔다. 재정건정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추경안을 의결했다. 3조 4천억 원 규모의 적자 국채까지 발행하며 마련한 예산이지만 이 마저도 소득 상위 그룹의 자발적 기부를전제로 해서 측정된 예산이다.

물론 국가가 국민의 자발적인 선의를 독려하고, 어려운 상황을 국민이 힘을 모아 함께 헤쳐나가자는 의도가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자발적’을 강조하며 기부를 유도하고,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문대통령은 기부 의사를 밝혔는데, 최측근 혹은 여당 등 정치적 역학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줄줄이 기부의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뿐인가? 기업들은 정부가 만들어 놓은 ‘착함’ 프레임 때문에 똑같이 어려움을 겪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플러스 알파 기부도 해야할 판이다. 그냥 기부를 하자니 경영에 부담이되고, 지켜보고만 있자니 이기적인 기업으로 낙인 찍힐까 외면하기도 힘든 딜레마에 빠졌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에 있어 또 하나의 문제는 정부가 국민의 선의에 기대어 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것이다. 정부는 기부를 할 것이라는 전제로 예산을 짰으며, 모인 기부금은 고용보험기금에 쓰이겠다고 밝혔다. 국민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이니 정부는 교묘하게 기부를 강요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 됐다. 이는 결국 국민을 위해 힘쓰는 정부가 아닌, 정부를 위해 힘쓰는 국민이라는 모순적인 상황인 셈이다. 

최종적인 기부 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 선의는 그저 개인의 자유이며 평가 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어려움 속에서 이어지는 선의 릴레이를 계속해서 ‘착함’이라는 프레임 안에 가두고, 그 외는 마치 나빠보이게 만들고 있다. 기부를 해야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 압박하고, 수많은 ‘나쁜’존재들을 만들바에야 애초에 소득 하위 70% 계층에게만 지급하는 것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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