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인터뷰-청년 아티스트 편] #1. 여성의 이야기를 쓰고 무대에 올리는 극작가 이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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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인터뷰-청년 아티스트 편] #1. 여성의 이야기를 쓰고 무대에 올리는 극작가 이오진
  • 박서하
  • 승인 2020.06.2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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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년신문=박서하 인터뷰어] 극작가 이오진은 페미니스트 극작가 모임 <호랑이 기운>에 소속되어, 여성의 이야기를 쓰고 무대로 연출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재학 중 완성한, 작품 <가족 오락관>으로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신예 시절부터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졸업 후엔 작품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뉴욕시립대 공연예술학과 대학원에 입학하여 인문학을 공부했다. 최근에는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피어리스:더 하이스쿨 맥베스>를 작업하며 연출가로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아티스트 이오진 (사진=박서하 인터뷰어)
▲아티스트 이오진 (사진=박서하 인터뷰어)

CHAPTER 1.)아티스트 ‘이오진’의 과거,현재,미래

Q.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극작을 전공했다. 예술가를 꿈꾸게 된 배경이 있다면.
A. 저는 공부 과도 아니고 운동과도 아니고 그렇다고 음악과도 아니고. 그냥 글을 쓰면 부모님이나 선생님께서 칭찬해주시니까, 자연스럽게 커서도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극을 보고 나서 극작가가 되리라 다짐했고요. 연극이 참 매력적이라고 느꼈거든요. 

Q. 2017년도에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작가 본인이 소속되어 있는 페미니스트 극작가 모임 ‘호랑이 기운’이 만들어지고, 연극계 미투 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때가 한창 연극계 미투 연대가 활발히 이뤄지고, 또 많은 논의와 폭로가 이어지던 시기인데, 당시와 비교했을 때 현재 연극계 미투 운동은 어떤 상황인가.
A. 당시 연극계 미투 사건들이 폭로되었을 때는, 미투 연대가 전혀 없던 시기였어요. 소수 연극인의 용기 덕분에 세상 밖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죠. 그렇지만 이제는 피해자들을 도와줄 다양한 연대들이 생겨났고, 그 안에서도 또 다른 연대가 이뤄지고 있어요. kts 코리아 시어터 스탠다드, <불편한 연극>책을 낸 성폭력반대연극인 행동, 페미니스트 연극인 연대, 페미씨어터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그리고 실제로 일을 할 때 미투 연대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강자인 가해자의 폭언, 폭력 등을 묵언하는 게 당연시되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젊은 연극인뿐만 아니라 선배들도 자기 검열을 하고, 되돌아보는 문화가 생겼다는 게 느껴져요. 자기검열을 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변화되고 새사람이 되었느냐 하면 그렇진 않아요. 그래도 잘못된 행동에 대해 스스로 돌아본다는 것 자체로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완전한 낙관도 완전한 부정도 없지만 변화하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Q. 연극계 미투 연대에서도 ‘호랑이 기운’만의 목표나 방향성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우선 페미니스트 ‘극작가 모임’이기 때문에 희곡과 대본에 포커스를 두고 있어요. 그리고 방향성을 세 가지로 말씀드리자면, 첫 번째로는 여성서사의 범주를 넓히는 것. 지금까지 대부분 작품에서 남성을 영웅으로 묘사하며 ‘서사’로써 존재해 왔고, ‘여성서사’는 대개 국부적인 라인으로 여겨져 왔잖아요. 여성서사도 그 명칭이나 방식에서 제한적인 틀을 부수고, 역할의 범주를 넓혀가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예요. 두 번째는 목표나 정의에 개인을 소모하지 않는 것. 연극은 공동의 작업이기 때문에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다 같이 달려나가려는 관습이 있어요. 그러다 보면 정해진 목표에 자신을 맞춰가기 위해 돈을 받지 않고 일을 하거나, 개인의 사정과 예술관이 납작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거든요. 각자의 힘든 사정을 당연시하고,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를 축소하기 위한 고민이 많아요. 마지막으로 놀라운 작품을 만드는 것. 놀라운 작품이라고 해서 ‘죽이는 작품을 만들겠어!’ 이런 것보다는, 어딘가 한 군데는 놀라운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Q. 예술을 하다 보면, 사회가 원하는 것과 예술가로서 표현하고 싶은 것, 두 가지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겪을 것 같다. 작품을 제작할 때,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A. 사회와 예술가로서 표현하고 싶은 것이 완전히 분리되었다고 느낀다면, 제가 필요로 하는 것만 작품 화 해요. 그렇지만 저만 필요하고 아무도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을 때에는, 다시 한 번 생각해요. 이게 개인 이오진 에게만 절실한 것인가, 수많은 개인에게 또한 절실한 것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요. 대개 사회와 예술가로서 표현하고 싶은 것 사이에 접점이 생기면, 그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 같아요. 페미니즘 같은 경우가 그랬어요. 제 감각이 열릴 때와 그 이야기가 필요로 하는 타이밍이 맞았거든요. 페미니즘의 감각이 없던 이오진이 있었는데, 주변의 작은 사건들이 저를 자극했고, 그런 자극들을 토대로 ‘연극으로 페미니즘을 이야기해 보자’라고 생각했을 때 이윤택 연출가를 향한 미투가 나왔어요. 그렇게 같은 이슈를 공유할 수 있는 동료가 생기고, 팀을 꾸리다 보니 작업들이 존속해 나갈 수 있게 된 것이죠.

Q. 지금까지 활동을 봤을 때,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올 법한 시도를 많이 했다.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은 <바람직한 청소년> 등 주제 선정뿐만 아니라, 관객과의 대화에서 연출가가 관객에게 질문하는 역발상 등도 굉장히 다채로웠다. 작품을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이렇게 재밌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영감의 원천이 있다면.
A. 나를 포함한 주변에 어떠한 억압이 가해질 때, 어떻게 하면 내 식으로 이런 억압을 해소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순간이 영감의 원천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 눈에 조금 색다르다고 보이는 것들이, 저에게는 가까운 현실이었던 적이 많아요. 게이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바람직한 청소년>을 제작했을 때 친한 친구가 게이였거든요. 그 친구에게 가해지는 억압들이, 작품의 영감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보통 연출 혹은 주연 배우를 앉혀놓고, 연출가들이 마치 선생이나 스타인 것처럼 대답하는 위계적인 방식에 압박감을 느꼈어요. 창작진은 작품으로만 말하기 때문에 입을 닫아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아와서, 그런 거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고요. 관객들의 의견이 듣고 싶고,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조금 색다른 관객과의 대화로 이어진 것 같아요.

Q. 과거 인터뷰에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직업인으로서의 극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그 명칭에 내제된 의미가 있다면. 
A. 저와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과 저 스스로 기억하는 작가 이오진은, ‘직업인으로서의 극작가’이면 좋을 것 같아요. 제때 글 쓰고, 제때 돈 받고, 약속한 날짜에 최대 퀄리티의 대본을 제작하는 것. 그러니까 노동자로서의 극작가, 생활인으로서의 극작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성실하게 일하고 꾸준하게 돈 벌어서, 작가로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연극으로 먹고사는 하나의 케이스를 보여주고 싶어요. 거의 불가능하다고 느끼거든요. 그리고 관객들에게는, 이오진의 작품이 궁금하고, 그래서 계속 보고 싶은 작가로 남고 싶어요. 이오진 작품을 보고 나면 참 좋았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그런 창작자요. 

Q. 최근 극작에 참여한 <1인용 식탁>이 두산아트센터를 무대로 막을 내렸다. 추후 준비 중인 작품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오진 작가로서의 활동 계획도 궁금하다.
A. 1월에 연출로 참여한 <피어리스:더 하이스쿨 맥베스>라는 작품이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지원사업으로 제작된 것이었어요. 그게 다년지원이라, 한편 더 남았거든요. 그래서 같은 유망예술지원사업 뉴스테이지 연출 지원작으로, 2020년 9월 17일부터 30일까지 나온씨어터에서 진행될 공연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사랑을 발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이번 작품에서는 극과 연출을 둘 다 맡게 되었어요. 둘 다 맡은 적은 처음이라 무척 떨리네요. 

CHAPTER 2.)대한민국 청년 예술가란: 국내 청년 예술 산업에 대한 논의

Q. 국내에는 예술 지원 정책이나 공모전 정보 등을 체계적으로 알 수 있는 창구가 정말 부족하다. 특히 이제 막 예술을 시작하는 청년 예술가들은, 정보를 몰라서 활동의 영역을 넓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작가 본인도 이런 시절을 겪었을 텐데, 그때를 어떻게 이겨냈으며, 더 많은 청년 예술가들이 활발히 활동하기 위해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면.
A. 어릴 때는 그저 작품을 내고, 떨어지고를 반복하며 기계적으로 많이 도전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신기한 건, 한번 되고 나면 그런 정보들이 들어올 수 있는 창구가 주변에 생겨요. 동료와의 소통을 통해, 그리고 당시 심사위원이나 주최에서 다른 공고가 나오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을 전공했는데, 그 학교는 사실 연극 대본을 쓰는 것에 포커스를 둔 학교이기 때문에 정보들이 들어오는 게 쉬워요. 이 부분을 저도 참 안타깝게 여기는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정보가 몇몇 학교에 집중적으로 공유되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래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많은 창작 진들이 특정 대학 출신인 경우가 아주 많아요. 저도 그렇고요. 사실 조금은 부끄럽게 생각하는 데, 처음 시작에서 정보를 얻기 힘든 예술 지망생들과 동일 선상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국내뿐만 아니라 뉴욕에서도 예술교육을 받았다.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국내 예술 교육이 수용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A. 뉴욕 현지 친구들은 중고등학교 때 문학이나 고전을 읽은 뒤 그거에 대한 자신의 에세이를 쓰고, 나름대로 논점을 주장하는 경험이 충분히 있고 난 뒤에 대학을 와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청소년들이 자기 의견을 발언하거나 스스로 무엇을 바꾸려고 시도하는 것을 굉장히 죄악시하다 보니, 자기 목소리를 안내 버릇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기 목소리를 잃어가고, 원래부터 목소리가 없었다는 듯이 어른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아주 많아요. 예술계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 환경에서, 문학과 신문을 읽고 그것에 대해 자신의 의견과 고민을 글로 써보는 훈련이 국내에서도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코로나 19 사태 동안 문화예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경험했다. 특히 청년 예술가들은 더 큰 피해를 보았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역병이 닥칠 때마다 문화, 예술계 청년들을 위해 마련되었으면 하는 대책이 있다면.
A. 과거 메르스 때도 대학로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기본 소득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건 복지의 문제잖아요. 국가가 잘 먹고 잘살게 해줄 수는 없을지라도 적어도 생존의 위협을 받을 때,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예술계 청년들이 어떤 식으로 생활하고 있고, 얼마나 어려운가, 그리고 어떤 식의 도움이 필요한가에 대한 정보를 국가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알아야지 상대를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지원책 대상이 ‘예술 하는 청년들’로 뭉쳐 있어서, 특수성이나 개별성이 고려되지 않은 정책들이 이뤄지고 있어요. 또한, 국가에서 시혜적 관점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많은 청년 예술가들이 여러 조건에 막혀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요. 앞으로 예술계에서 관객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지에 대한 복합적인 시야 같은 것을, 예술문화 지원 담당자들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CHAPTER 3.)작가‘이오진’의 청춘

Q. 청년 예술가 ‘이오진’의 ‘청춘’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그리고 그 컬러와 가장 어울렸던 삶의 한순간도 함께 공유해준다면.
A. 청춘이라는 단어는 내가 나를 부르는 이름이기보다, 주로 젊은이들을 부르는 윗세대로부터의 호칭인 것 같아요. 나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의하는 느낌이랄까. 청년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는 청춘이 젊음의 시기라면, 저는 ‘까만색’인 것 같아요. 그냥 컴컴한 것? 컴컴하고 두려운 것. 20대 후반에 한 2년 정도 굉장히 아팠어요. 걷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잠도 잘 수 없을 정도로 몸에 통증이 있는 시기가 한 2년 정도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가장 앞이 보이지 않던 시절이 저의 청춘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 인터뷰를 보는 사람들에게, 가장 어두운 시기는 분명히 지나간다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어요, 무조건 좋은 날이 온다고 장담할 순 없어도, 가장 큰 최악의 고통은 언젠가 지나간다는 것을요. 끝이 안 날 것 같은 불행, 그런 불행은 지나가고 신기하게도 숨을 쉬게 된다고, 그러니까 어둠 속에서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림 : 박서연 일러스트
▲그림=박서연 일러스트(인스타@yeoni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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