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책이 '명분'에 집착할 때 '본질'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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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책이 '명분'에 집착할 때 '본질'을 놓친다
  • 전영민
  • 승인 2020.06.2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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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년신문 전영민 기자
▲전영민 기자

[한국청년신문=전영민 기자] 정책이 명분에 집착하게 되면 그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최근 인천국제공항(이하 '인국공') 정규직 전환 문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비정규직 제로화'라는 명분에 집착하여 일자리 정책의 실효성을 거두기 보다는 오히려 청년 구직자들의 분노와 박탈감을 사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인국공 정규직 전환문제에 대해 "오히려 청년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라며, "정규직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고 더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들에 대한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이른바 `부러진 펜 운동` 게시물(사진출처=공준모 게시글 캡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들에 대한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이른바 `부러진 펜 운동` 게시물 (사진출처=공준모 게시글 캡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는다. 일명 '부러진 펜 운동'이 시작되고 있을 뿐 아니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오.'라는 제목의 게시글에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왜 청년들은 분노하는 것일까? 과정의 공정보다는 결과의 차이를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과정의 공정성이 훼손되어 자신들의 기회가 빼앗겼고, 결과이 차이를 없애버려 노력의 허망함을 느낀 청년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청년들의 분노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청년들은 과정의 공정성을 1순위로 요구하고 있다. 그로 인해 발생되는 결과의 차이는 개인의 몫이며, 결과의 차이가 심각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비정규직 제로화'라는 명분은 청년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차이의 결과를 좁혀나가고,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해 나가야할 것이다. 계속해서 정책이 명분에 사로잡힌다면 청년들은 더욱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비정규직 제로'는 불가능하다. 일부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뿐이다. 소위 '로또 취업'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로또 취업'에 당첨되지 못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화'라는 명분에서 벗어나 '비정규직 근로자의 안전'과 '차별 문제' 먼저 해결해야 한다. 

매년 비정규직 파견 근로자의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의 근로환경 역시 개선할 의지가 없어보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과 '노동환경 모니터링'을 통해 '결과의 차이'를 좁히는 정책, 즉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다면,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차별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해야 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라는 말은 청년들의 가슴을 울렸다. 하지만 지금은 문 대통령의 취임사가 조롱거리로 전락해버렸다. 정부는 이번 문제를 기회 삼아 평등과 공정, 정의에 대해 청년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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