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청년신문] 어느덧 여름이 무성해졌고 여름의 상징과도 같은 장맛비와 수영장, 그리고 바다, 계곡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처럼 여름은 여러 형태로 물을 연상시키는 물의 계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상상 속의 물들과 멀어지게 되었다. 비록 몸을 담그고 물놀이를 즐길 수는 없지만 컵에 얼음과 함께 담긴 물을 마시는 상상을 하면 갈증과 더위가 조금은 해소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목이 마르다면 그저 마시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김주현‘ 작가는 물을 마실 수 없고 갈증이 심한 상황에서 차가운 컵에 맺힌 물방울을 보고 시상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저 지나칠 수 있는 컵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에 의해 생기는 물방울들을 바라보며 김주현 작가는 어떤 생각들을 떠올렸을까?
‘습기’라는 시에서 작가는 컵에 맺힌 물방울들의 생성과 결합을 바라보며 물의 환원에 대해 깊은 생각의 시간을 가진 듯하다. ‘물기는 절룩대며 걸어가고 서식한다.’는 구절 속에 물은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절룩대는 물은 자유롭지 못한 형태일 것이고 걸어가는 물은 자유로운 형태일 것이다. 물은 고체, 액체, 기체 모두의 형태로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고 이는 흡사 연기를 하는 듯이 비춰진다. 하지만 마지막 4행과 5행의 내용은 컵 겉면에 맺힌 물방울은 결국 바닥으로 휘늘어진다고 표현하고 있다. 휘늘어진다는 것은 풀기가 없이 아래로 축 휘어져 늘어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점과 결국 가장 낮은 곳에서 모여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물의 세계의 지속됨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물의 세계에서야 말로 온전한 물의 형태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김주현 작가는 일상의 아주 작은 생각에서 시작해 아주 큰 생각을 압축해 시로 옮겨 담았다. 시를 쓰는 데 있어 그 시작이 되는 시상을 얻는 것은 아주 작은 사색으로부터 시작한다. 시뿐만 아니라 모든 글의 글감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오랜 시간 그 대상을 바라보며 그 대상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름이 되고 주변에는 여름의 조각들이 곳곳에 무성하다. 코로나19와 장마로 집에만 있어야 한다면 하루 정도는 어떤 대상에 몰두해보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적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