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타인의 시선, 그 반대편의 파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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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평] 타인의 시선, 그 반대편의 파랑새
  • 안효관
  • 승인 2020.08.2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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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시인, 〈소녀의 용기〉 (디자인=김희원 작가)
▲김희원 시인, 〈소녀의 용기〉 (디자인=김희원 작가)

[한국청년신문] 요즘 자존감을 주제로 다룬 많은 에세이, 자기 계발서들이 베스트셀러에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자존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우리는 SNS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늘어가는 타인에 대한 수많은 노출과 소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과거보다 타인들과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우리는 늘어가는 타인의 시선에 대해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타인의 시선에 비친 우리의 모습과 가족이나 친구같이 편안한 사람들의 시선 속 우리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사뭇 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시선 속 우리는 생각보다 긍정적인 모습일 수도, 부정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 모습이 진짜 ‘나’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진짜 나의 모습은 표정, 말투, 생각, 감정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렇듯 우리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진짜 나를 잃어버리곤 한다. ‘김희원’ 작가는 타인의 시선 속 변해버린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위로와 응원을 담은 시상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럼 김희원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는 위로와 응원을 시를 통해 감상해보자.

▲안효관(시 쓰는 학생들)
▲안효관(시 쓰는 학생들)

‘소녀의 용기’라는 시에서 작가는 타인의 시선 속 진짜 나의 모습을 잃고 변해버린 우리들의 모습을 소녀라는 시어에 투영했다. 1연에서 소녀는 자신의 빛과 영혼 조각을 주머니에 넣고 그 자신마저 검은 모자 속으로 숨어버리고서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소중한 본질인 빛과 영혼을 주머니에 숨기고 모자 속으로 들어간 소녀의 행동에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본 모습을 숨긴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숨어버렸다’는 표현에서는 시선에 대한 두려움 또한 느껴진다. 2연에서는 안개꽃이 등장하며 시의 분위기를 밝고 몽환적으로 전환하고 이어서 파랑새가 등장해 소녀에게 말을 건다. 그리고 이어지는 3연과 4연에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파랑새는 소녀에게 세상을 등지지 말라며 그저 노을빛 바람에 우아하게 누워있는 저 별빛처럼 밝음의 씨앗을 마음껏 즐기라고 말한다. 작가는 파랑새를 통해 타인의 시선 속에 검은 모자로 변해버린 우리의 본 모습을 부드럽게 끌어내려 한다. 시의 마지막 행을 읽고 나면 자신을 감추고 숨어버린 소녀에게 다가와 부드러운 손길로 소녀의 본질을 끌어내는 파랑새는 어느덧 우리 앞에서 손을 내밀고 있다.

시를 다 읽고 난 후 언젠가부터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여러 종류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또, 타인의 시선이라는 틀에 갇혀 자신을 가둔 채 ‘나’를 숨기고 남들이 좋아하는 색으로 여러 겹 덧칠해가며 모나지 않으려 획일화된 자신을 그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도 떠올랐다. 진짜 ‘나’의 모습을 찾지 못하고 타인의 눈동자에 비친 나의 모습만을 바라보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워가고 있는 것이다. 소녀의 용기는 우리가 우리 자신일 때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진 않는지, 우리를 충분히 사랑해주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이제 검은 모자 속에서 나와 파랑새의 목소리에 손을 내밀어 보는 건 어떨까? 파랑새의 속삭임을 따라 모자를 던져버리고 하늘을 바라보면 밝게 웃고 있는 내가 눈 마주쳐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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