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가까워지기 위해, 한 걸음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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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평] 가까워지기 위해, 한 걸음 뒤로
  • 안효관
  • 승인 2020.09.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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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시인, 〈사회적 거리두기〉 (디자인=이채연 작가)
▲이주영 시인, 〈사회적 거리두기〉 (디자인=이채연 작가)

[한국청년신문] 우리의 일상에서 ‘코로나19’라는 불청객이 등장한지도 벌써 8개월째다. 무더운 여름의 열기와 오랜 장마가 가져온 피해, 심지어 태풍마저도 이 불청객에게는 닿지 않았나보다. 이제 우리는 마스크가 없이는 어디에도 갈 수 없고 마스크가 있어도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좋아하는 장소에 갈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을 볼 수 없는, 조금은 우울하고 답답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앗아갔다. 그 기간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고 있다. 결국 일상의 회복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었고 우리는 다시 가까워지기 위해 멀어져야만 하는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 ‘이주영’ 작가는 이 시를 통해 누군가와 멀어진 우울함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답답함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문을 박차고 달려나가려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혹시 나갈 계획이 있었다면, 잠시 계획은 미뤄두면 어떨까? 짜증을 가라앉히고 크게 심호흡한 후 천천히 이주영 작가의 시를 감상해보면 계획을 미룬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질 것이다.

작가는 1연과 2연에서 각 연에 2행의 시구를 배치했다(각 문단마다 두 문장으로 구성했다는 의미). 또한 각 행의 글자 수를 일곱 글자로 맞추고 각 연의 첫 행의 끝에 ‘떨어지면’이라는 표현을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이어지는 3연의 1행(세 번째 문단의 첫 문장)에서 글자 수를 바꾸어 분위기의 반전을 예고한다. 1연과 2연에서는 떨어진다는 행위의 결과를 부정적으로 나타냈고 마지막 3연에서 우리의 상황을 투영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결과가 긍정적임을 암시한다. 또한 동음이의어의 특징을 이용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대효과를 신선하게 제시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코로나 사태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평소와 달리 부정의 대상이 아니라 긍정이자 필요의 대상인 것이다. 다시 말해 떨어지는 것만이 이 상황을 반전시킬 유일한 열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울함, 답답함과 잠시나마 함께해야만 다시 이들과 떨어질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잠시 떨어지는 것이니 조금만 참아달라고 작가는 시를 통해 말하고 있다.

▲안효관(시 쓰는 학생들)
▲안효관(시 쓰는 학생들)

코로나19가 우리의 2020년을 절반 넘게 갉아먹었고 언제쯤 배가 불러 떠날지도 알 수 없다. 지금껏 우리를 괴롭혔던 질병들보다 이빨이 꽤 깊은 듯하다. 지독하게 끈질긴 이 불청객은 우리 모두에게 불편함, 우울함, 답답함 등의 온갖 부정적인 요소들을 강요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 힘들어지지 않기 위해서 버티고 참아내야 한다. 그래야지만 우리는 숨 막히는 가면을 던져버리고 언제나 상쾌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매일 함께하던 주위 사람들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잠시 소중한 것들과 떨어짐으로써 오히려 우리와 멀어졌던 소중함이라는 가치가 다시 우리 주위에 가득 차 반짝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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