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나 홀로 핀 꽃, 그 한 송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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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평] 나 홀로 핀 꽃, 그 한 송이에게
  • 이유영
  • 승인 2020.09.0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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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년신문] 지속적인 코로나19 수도권 확산세에 정부는 9월 6일 종료 예정이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한 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불가피한 외출은 자제 중인 상황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지쳐만 가고 있다. 급기야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사람과의 만남이 어려워진 요즘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고 있다.

시 「혼자서」는 세상에 나 혼자임을 느끼면서 극심하게 외로움 속에 있을 때 위안을 받고 힘을 얻은 시이다. 내가 위안을 받고 힘을 얻은 것처럼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에너지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시를 소개한다. 혼자라고 느낄 때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이 시가 외롭고 지친 이들에게 따스한 한 줄기의 빛이 되어 감싸 안아주기를 바란다.

▲  「혼자서」,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서. 위 시는 나태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출판, 2015, 50쪽. (디자인=이채연)
▲ 「혼자서」,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서. 위 시는 나태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출판, 2015, 50쪽. (디자인=이채연)

나태주 시인은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꽃에서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으로,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에서 혼자서 피어 있는 꽃으로 그 대상을 옮기면서 시를 전개한다. 1연과 2연은 같은 구조의 문장을 반복함으로써 운율을 자아내고 있다. 운율을 느끼면서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은 어디에서 봤는지. 어디에 꽃 두 세 송이가 피어 있었는지, 한 송이의 꽃만 피어있던 곳은 어디였는지 생각해보자.

우리는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집 앞 화단에 옹기종기 모여 피어있는 토끼풀을 본 적이 있다. 산에 가면 철쭉도 무리지어 피어있고, 냉이꽃도 한데 어우러져 피어있다. 이름 모를 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피어있는 모습은 벌 뿐만 아니라 나 또한 다가서게 만든다.

꽃 두 세 송이가 피어있는 곳은 어디가 있었을까. 산책로 돌이나 나무 틈 사이를 비집고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생각난다. 꽃씨가 어떻게 여기까지 떨어져 이 좁은 틈을 비집고 자라났는지, 꽃까지 피워냈는지 그 생명력에 감탄하곤 했다.

놀이터 바닥이 탄성 고무매트로 뒤덮이기 이전에 흙바닥이던 놀이터에 홀연히 피어있는 민들레를 본 적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그 흙바닥에 고운 모래와 조개 사이를 뚫고 견고한 흙바닥을 찾아 그 안에 뿌리를 내린 한 송이의 민들레를 나는 기억한다. 그 민들레는 결국 노오란 꽃까지 어여쁘게 피워내며 놀이터 한구석에서 홀연히 서 있었다.

나의 경험상 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곳보다 꽃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곳의 환경이 꽃이 피기에 더 어려워 보였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곳보다 한 송이만 존재했던 곳의 땅이 더 척박했다. 훨씬 더 척박한 환경에서였지만 그럼에도 꽃을 피워냈다는 것이 실로 대견스럽지 않은가. 그렇다. 오히려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가 있다.

▲ 이유영(시 쓰는 학생들)
▲ 이유영(시 쓰는 학생들)

‘혼자’라는 말에 대해 사람마다 갖고 있는 생각과 느낌은 각양각색이다. 나는 사실 외롭고 쓸쓸한 느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혼자를 즐기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혼자’라는 단어에 누군가는 나처럼 외롭고 쓸쓸함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조용히 혼자서 책을 읽는 모습을 연상할 수도 있다. 혼자 새들이 지저귀는 숲길을 걷거나 해질녘 노을을 감상하는 장면을 떠올릴 수도 있다. ‘혼자’라는 생각에 너무 외롭고 힘들어하지 말자. 때로는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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