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사랑이 탄생화를 피우는 그 순간을 위하여
상태바
[청년시평] 사랑이 탄생화를 피우는 그 순간을 위하여
  • 김희원
  • 승인 2020.09.09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지민 시인-악수  (디자인=김희원 문학위원)
▲이지민 시인 <악수> (디자인=김희원 문학위원)

[한국청년신문] ‘사랑’이란 명사가 손을 뻗어 동사 ‘한다’와 마주하는 그 축복의 순간, 당신의 마음은 더 이상 무채색이 아닌, 유채색의 세상이 될 것이다. 문 틈 사이로 비치는 명사의 손길은 그 어느 때보다 용맹하며 믿음직하다. 이렇게 여백의 형태 ‘사랑’이 사랑하는 것으로 변하는 마법은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연인 사이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이 마법은 책임, 믿음, 신중함이라는 다소 무게감 있는 단어들이 살며시 따라온다. 이렇게 사랑은 수많은 단어를 품고 있는 바구니와 같은 존재이다.                 

작가는 ‘사랑한다’라는 문장으로 자신이 이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들을 예쁜 말 그릇에 담아 시에 표현하였다. ‘사랑한다’라는 말이 입이라는 문지기와 잘 타협하여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는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지도 이 시를 통해 느껴볼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은 꼭 남녀가 아니더라도 일을 사랑하기도 하고 색깔, 행동, 장면을 사랑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 많은 것들을 사랑이란 글자에 담으면서, 정작 그들을 사랑을 하고 있는 나를 사랑한 적이 있는가?’ 에 대한 여러 물음 속에서 이 시를 작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를 읽을 때, 나는 시의 치마폭에 사랑을 그리는 기분이 들었고 그 사랑을 지긋이 바라볼 수 있었다. 작가는 ‘사랑한다’는 ‘좋아한다’와 달리 반의어나 대체어가 없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를 썼다고 한다. 대체어, 반의어가 없기에 동사 자체만으로 그 단어 안에 자기만의 세상을 품고 있는 셈이다. 그 유일한 세상이 입을 통해 탄생화를 피우는 광경은 아마 오로라의 향기처럼 매우 아름다울 것이다. 이는 ‘마치 사랑을 입은 아이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 태양을 향해 웃어 보이는 용기가 그 동사에 투영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을 계기로 ‘사랑한다’의 단어에서 싱그러운 용기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몸속에 내재되어 있던 단어가 ‘말’이란 옷을 입고 그 말이 공기가 되는 과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고귀하다. 또한, 몸속에 살고 있는 단어는 사람마다 굉장히 다양하다. 심지어 똑같은 형태로 보이지만, 그 단어에서 풍기는 온도, 이미지는 사람들이 그동안 보관해 놓았던 공기와 잔상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앞에서는 동사’사랑한다’에서 뻗어 나갈 수 있는 생각에 관해 이야기하였지만, 다음으로는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사랑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작가는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기에 이 말이 자신에게 과분하게 느껴졌다고 말하며 첫 운을 띄웠다. 하지만, 작가는 고민하는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사랑하는 자신을 보며 그 말을 내뱉을 때가 왔음을 느꼈다고 말하였다. 어쩌면, 그 단어는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우아한 발레리나일지도 모른다. 또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오선보를 놀이터 삼아 노닐고 있는 음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작가의 소중한 입에선 그 단어의 탄생을 볼 수 있었고, 탄생하기까지의 깨달음과 용기의 과정은 ‘삼킨 유리 조각을 기꺼이 토해내어 빨갛게’라는 문장에 그려져 있었다.

▲김희원(시 쓰는 학생들)
▲김희원(시 쓰는 학생들)

시 ‘악수’는 세상이란 투명한 물에 한 단어를 떨어뜨려, 물속에서 그 단어의 색깔이 성숙해져 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시였다. 또한, 시를 통해 작가의 생각이 점점 변화하여 ‘사랑한다’가 자기만의 두께로 탄생하는 과정을 동행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마지막 연을 보는 순간, 그 말이 나오기까지 정말 고생 많았어’라는 말 한마디가 저 멀리서 메아리치기 시작하였고, 내 마음속에 내재 되어있던 박수 소리가 어느새 작가를 향하고 있었다. 시 ‘악수’는 시를 읽는 독자도, 작가, 심지어 언어의 형태로 남은 시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최고의 작품이다. 시를 다 읽고 나면, 마치 <악수>라는 뮤지컬에 등장한 다양한 시어들이 행복과 축복의 마음으로 커튼콜을 하는 듯한 장면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성장 스토리가 스며들어있는 시 ‘악수’에 당신도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