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망가진 화분 속, 고개 숙인 꽃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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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평] 망가진 화분 속, 고개 숙인 꽃에게
  • 안효관
  • 승인 2020.09.11 11: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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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시인, 〈숨에 대하여〉 (디자인=김정현 작가)
▲ 김정현 시인, 〈숨에 대하여〉 (디자인=김정현 작가)

[한국청년신문] 21세기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다양한 이름표가 붙어 있다. N포 세대, 77만원 세대, 생존주의 세대 등 대부분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이름표들이다. 특히 생존주의 세대라는 이름은 거의 안쓰럽기까지 하다. 우리 시대의 청년들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에 내몰리지만 살아남았다고 해서 그들의 생존투쟁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청년들은 무한한 경쟁 속에서 지친 한숨을 내쉬며 끝도 없이 포기라는 단어를 삼켜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젊다는 이유로 벼랑 끝에서 웃음을 강요받고 몸을 떨며 웃음 짓는 청년들에게는 분명 위로와 휴식이 간절할 것이다. 그리고 ‘김정현’ 시인의 ‘숨에 대하여’라는 시는 생존주의 속에 지친 청년들에게 무엇보다 큰 위로를 가져다 줄 시라고 생각한다.

일생동안 청년이라 불리는 시기는 꽃에 비유되는 찬란하고 아름다운 가능성의 시간이다. 하지만 요즘 시대의 청년들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너무 어려운 화분 속에 담겨있는 듯하다. 그저 생존을 추구하며 눈에 초점을 잃고 남들을 따라가기 바쁜 청년들에게 꽃과 열매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분 속 식물이 줄기만 높게 자란다면 그 가치가 흐려지듯 우리는 이상과 꿈을 바라보고 나아가야한다. 시인은 시를 통해 우리에게 눈을 뜨라 말한다. 그리고 삶을 희망과 이상으로 채워나가라고 말하고 있다. 잠시 생존의 투기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름답게 반짝이는 자신만의 길이 보일 것이다.

 

“그대 한숨을 쉬지 말라

한 줌 수억 별 모래에도

햇살의 길이 조아리고 있다”

 

시인은 1연에서 숨을 삶에 비유하며 내쉬는 숨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다. 한 호흡, 한 호흡이 모여 결국 삶을 이뤄나가는 것이다. 숨은 삶의 조각들이며, 순간의 시간을 담고 있는 자신의 일부분이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외로운 그대일지

나는 안다만

 

저녁 하늘을 촘촘히 꿰매는

분주한 별의 시간에

개탄스런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이어지는 2연과 3연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들지만 삶의 소중한 시간을 불평과 불만에 낭비하지 말자고 말한다.

 

“꽃은 제 몸을 굽히는

바람을 원망치 않고

 

바람은 제 앞길을 가로막는

수풀을 탓하지 않으니”

 

4, 5연에서의 표현은 감탄이 절로 난다. 꽃과 바람은 자신을 방해하는 바람과 수풀을 개의치 않는다.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시인은 우리가 4연의 꽃과 5연의 바람처럼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길 바라고 있다. 시의 마무리 또한 정말 좋은 표현들이 사용되었다. 여기서 버려지는 숨은 낭비되는 삶의 조각들이다. 낭비되는 삶의 조각들을 다시 모아 그 안을 생존을 위한 삶이 아닌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온전한 삶으로 채우라고 말하는 것이다. 시인은 우리가 단지 숨을 쉬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 숨 속에 노력과 열정을 담아 온전히 숨을 소진하며 살아가길 바라고 있다.

▲안효관(시 쓰는 학생들)
▲안효관(시 쓰는 학생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항상 올바른 길만 찾아가기 어렵다. 가끔은 길을 잃기도 하고 잘못된 길에 들어서기도 한다. 숨에 대하여는 길을 찾지 못해 당황해 울고 있을 때 누군가 다독여주며 조용히 갈 길을 알려주는 기분이 들게 하는 시였다. 요즘 청년 세대는 취업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고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다. 생존주의 시대에서 자신을 찾는 활동은 사치이자 죽음과도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늦더라도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가는 삶과 온전한 행복 속에 이상을 좇는 삶은 훨씬 가치 있을 것이다. 또한 온전한 자신을 찾는 지름길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가끔은 지친 숨을 달래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의 조각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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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미 2020-09-12 16:32:53
숨..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숨의 또다른 의미가
작가님을 통해 현시국에 더더욱 와닫는거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