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가을, 그리고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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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평] 가을, 그리고 그리움
  • 안효관
  • 승인 2020.09.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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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앓이」, 전경섭 시집『사는 이유가 그대라서』에서. (디자인=김수정 작가)
▲「가을앓이」, 전경섭 시집『사는 이유가 그대라서』에서. (디자인=김수정 작가)

[한국청년신문] 우리도 모르는 사이, 또 하나의 계절이 숨을 다해가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계절이 눈을 뜨고 있다. 계절은 빠르게 다가오는 것 같지만 실상 다음 계절은 굉장히 멀게 느껴진다. 이번 여름은 유달리 뜨거웠고 재해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어느덧 다가온 가을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여름은 작아졌고, 그 조각들마저도 빠르게 옅어지고 있다. 이제 가을이 우리 일상의 배경이 되어가고 있다. 가을은 흔히 그리움의 계절이라 불린다. 조금은 쓸쓸한 듯한 바람을 맞고 자연의 색이 변하는 과정을 바라보면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가을의 상징인 수확물은 여름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노력의 결과가 열매로 나타나는 계절의 변화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선사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기도 한다. 가끔은 깊은 추억이나 과거의 기억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에 대한 향수는 훌륭한 문학 소재이기에 가을은 문학적으로 풍성한 계절이기도 하다.

그리움의 계절, 가을을 맞아 오늘은 그리움의 시인으로 불리는 '전경섭’ 시인의 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과 시어의 선택에서부터 가을과 그리움의 향기가 진하게 풍기는 시 「가을앓이」이다. 시인은 쉬운 단어와 표현으로 담백하게 가을의 속성과 대상에 대한 그리움을 시에 담아냈다.

먼저 시의 구조를 살펴보면 각 행이 모두 네 글자가 두 번 반복되는 형태로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1, 2연은 2행으로 구성하고 3연만 3행으로 구성하며 시의 마지막 부분에 변화를 주었다.

 

"스쳐가는 바람에도

그대향기 스며들고“

 

1연에서는 스쳐가는 작은 바람 속에서도 그대의 향기가 스며든다고 표현했다. 스쳐가는 바람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아주 작은 것이 비유된 시어이다. 시인은 어디에서도 ‘그대’가 떠오름을 표현하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하늘

진해지는 그리움만“

 

2연에서는 가을의 상징과도 같은 높아지는 하늘로 깊어지는 그리움을 표현했다. 짧고 간결하지만 가을의 풍경과 그리움의 감정이 진하게 묻어나는 연이다.

 

"아름다워 슬퍼지고

가을바람 시린나는

사랑앓이 중입니다“

 

3연에서는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화자의 감정이 대비된다. 가을은 분명히 아름답고 풍성하지만 쓸쓸하고 서정적인 계절이다. 시인은 가을의 이런 속성을 3연의 감정선과 함께 드러내고 있다.

▲안효관(시 쓰는 학생들)
▲안효관(시 쓰는 학생들)

 

이제 곧 낙엽이 지고 쓸쓸함을 담은 바람이 불어온다. 우리는 추석을 지내면서도 종종 가을 속에 풍성함보다는 쓸쓸함을 가깝게 느끼곤 한다. 그만큼 가을은 우리를 감성적으로 만들어주는 계절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문학과 멀어지고 감성과 마주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감성이 메마르고 있는 2020년의 가을에 전경섭 시인의 『사는 이유가 그대라서』에 담긴 「가을앓이」를 읽고 가을이 주는 모든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껴보면 뒹구는 낙엽 속에 많은 것들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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