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월색에 피어나는 꽃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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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평] 월색에 피어나는 꽃 한 송이
  • 이유영
  • 승인 2020.09.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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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년신문] ‘명월’을 아십니까.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둥근 달을 마지막으로 올려다본 적이 언제인가. 나는 명월을 굉장히 좋아한다. 매년 세상을 밝으면서도 은은하게 비추는 달에 소원을 빌면서 그 소원이 이뤄지기를 소망해왔다. ‘명월’은 음력 팔월 보름날 밤의 달로 밝은 달을 의미한다. 추가로 황진이의 호가 명월이기도 했다. 다음 주 다가오는 추석에 명월을 보며 떠올리면 좋을 만한 은은한 시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 「月見草」, 曙月(서월) (디자인=曙月)
▲ 曙月(서월), 「月見草」 (디자인=曙月)

이 시의 제목인 ‘월견초’는 달맞이꽃이다. 달맞이꽃은 물가나 길가, 빈터의 전국 각지에서 노오란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달맞이꽃의 뿌리를 한방에서는 월견초라는 약재로 지칭해서 사용한다.

내게 사극 드라마 OST의 가사처럼 다가온 시이다. 달빛이 월견초를 비춘 순간, 그날부터 매 순간이 월야라는 시의 내용은 달을 상징하는 사람과 월견초를 상징하는 사람이 만나 평생을 함께했다는 사극 한 편이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가게 만든다. 세련된 언어 구사는 시의 깊이를 더한다.

자화(雌花)는 수술은 없고 암술만 있는 꽃으로 발육이 불완전한 단성의 꽃이다. 월색은 달에 비쳐 오는 빛이다. 1연에서는 자화인 줄 알았던 꽃이 달빛을 마주한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2연에서는 그저 시들었던 불완전한 단성의 꽃인 줄 알았는데 달빛을 마주하니 밝은 달을 반기는 영락없는 달맞이꽃이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월야는 달이 떠서 밝은 밤이다. ‘눈짓 한 번에 밝은 꽃 한 송이 피워내던 때, 그날부터 매 순간이 달이 떠서 밝은 밤이더라’라는 시이다.

▲ 이유영 (시 쓰는 학생들)
▲ 이유영 (시 쓰는 학생들)

달빛이 비치기 전, 밤에 보는 꽃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3연의 눈짓, 즉 달이 빛을 비추고 나서야 비로소 월견초임이 드러났다고 유추해본다. 그저 자화인 줄 알았던 꽃이 달빛을 받자 어여쁜 달맞이꽃의 모습으로 달을 환하게 맞이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눈짓 한 번에 밝은 꽃 한 송이가 피워내던 때, 그날부터 매 순간이 월야이더라’라는 표현을 통해 밝고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서정적인 분위기를 고유의 문체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月見草」는 작가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보이는 작가의 행동이 마치 시들어있다가 달이 빛날 때 고개를 드는 월견초 같이 느껴져 그 부분을 담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의 의도를 알고 읽으니 시가 다시 보인다. 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떤 생명체처럼 대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가오는 추석에 잠시 명월을 바라보며 월색에 취해 이 시를 감상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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