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지독한 어둠 속, 달과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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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평] 지독한 어둠 속, 달과 별
  • 안효관
  • 승인 2020.09.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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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시인, 〈한 강에서〉 (디자인=김수정 작가)
▲김수현 시인, 〈한 강에서〉 (디자인=김수정 작가)

[한국청년신문] 최근 여러 연예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있다. 안타깝게도 비공식적인 슬픈 사건들은 훨씬 많다.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하나의 현상을 넘어 질병의 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어둡고 슬픈 질병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감히 짐작할 수 없겠지만, 삶에 대한 지독한 비관과 가끔씩 찾아오는 짙은 우울함이 그 원인이 아닐지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비관과 우울함은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다. 거기에 더해 주변의 사소하지만 진정 소중한 행복을 지워버리고는 자신들의 모습만을 시야에 가득 채우게 한다. 그렇기에 극단적인 생각을 쉽게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자살을 떠올리진 않더라도 분명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나 절망을 겪게 된다. 또한 가족, 친구, 그 누구도 위로가 되어줄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릴지 모른다. 그러나 비슷한 경험을 했던 누군가가 진심을 담아 해주는 위로는 절망적인 상황에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문학작품일지도 모른다. 오늘 소개할 시는 진심 어린 위로와 공감으로 자살이란 질병과 검은 감정들을 치료할 힘을 가진 치유의 시다.

‘김수현’ 시인의 〈한 강에서〉는 시인이 비관과 우울함 속에서 잠시 밝음을 잃어버렸던 스스로에게,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 살아가는 모두에게 건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인은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 하나의 눈물이 흐르는 강이 있다고 생각하며 시의 제목을 〈한 강에서〉로 지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시를 소개하기에 앞서 시에 담긴 시인의 경험을 짧게 소개해보려 한다.

 

시인은 우울함과 답답함에 한 강을 찾았고 버려진 신발을 발견했다. 초라하고 쓸쓸하게 보이는 신발을 보고 눈물을 흘린 시인은 문득 자신의 눈물이 뜨겁게 느껴졌고 아직 자신이 꽤 따듯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적어두었던 유서에서는 어두운 내용을 찾을 수 없었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하지 못한 진심만이 가득했다. 그날 시인은 자신의 신발을 버려진 신발과 나란히 벗어놓고 거리를 걸었지만 발바닥이 너무 아파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그 순간 벗어둔 신발과 사랑하는 이들이 겹쳐져 보였고, 다시 신발을 신고 집에 도착해 바라본 현관에는 자신의 신발과 나란히 있는 가족들의 신발이 보였다. 시인은 이 날의 기억에서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이런 경험을 〈한 강에서〉에 담았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사람아

너의 가슴엔 아직 온기가 가득해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단다“

 

시인은 ‘뜨거운 눈물’이라는 시어를 통해 우리는 모두 온기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점을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한 강은 극단적 선택의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1연 3행의 ‘이곳’은 “한 강으로“ 극단적 선택의 공간을 의미한다. 시인은 1연을 통해 우리는 아직 식지 않았다고, 뜨겁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할 말이 많아 쓰고 있는 사람아

빼곡히 써내려간 진심을

유서가 아닌 편지에 담아 건네거라“

 

일반적으로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유서들을 살펴보면 소중한 이들에게 전하지 못한 진심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았고 시인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결국 유서에 담기는 것은 소중한 이들에게 전하고픈 진심이다. 시인은 2연을 통해 ‘남겨지게 되면 유서가 되지만 직접 건네게 되면 진심이 담긴 소중한 편지가 될 수 있음’을 전하고 있다. 또, 담아두었던 진심을 꺼내 전해보라는 메시지도 어렴풋이 느껴진다.

 

“네 삶의 무게를 지탱해준

신발 두 짝이 초라하게 빛나고 있구나

쉴 곳은 여기가 아니라 한다“

 

3연에서 신발은 비관과 우울 속에 잊고 있던 소중한 이들을 말한다. 잊고 있어 초라해졌고 소중한 이들이기에 빛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장 가까이에서 큰 힘이 되어주는 존재들을 쉽게 잊곤 한다. 3행에서 쉴 곳은 여기가 아니라 말하며 다시 신발을 신고 나아가라는 메시지가 보인다. 다시 신발을 신는다는 것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돌아가 삶을 이어가라는 것이다.

▲안효관(시 쓰는 학생들)
▲안효관(시 쓰는 학생들)

 

〈한강에서〉를 읽는 내내 원인 모를 먹먹함이 함께했다. 특히 말을 건네는 듯한 어조는 화자가 직접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시인의 이야기와 시를 함께 읽자 극한의 상황에 처한 화자의 위로가 굉장히 묵직하고 진하게 다가왔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매 순간 해가 떠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해가 없는 밤일지라도 달과 별이 떠 우리를 밝혀준다. 환하게 어둠을 걷어내는 하나뿐인 달은 우리의 삶 속 소중한 이들이다. 그리고 밤하늘을 빼곡히 수놓은 수많은 별은 작가들의 진심이 담긴 문학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울한 어느 날 〈한강에서〉는 가장 밝은 별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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