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미래 칼럼] 명절의 정(情), 정녕 모두가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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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미래 칼럼] 명절의 정(情), 정녕 모두가 행복할까
  • 장예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0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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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빈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장예빈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한국청년신문] 바쁜 일상 탓에 만나지 못했던 이들과 재회하며 즐거운 휴일을 보내는 명절.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기름진 전과 잡채를 나눠먹으며 특선영화를 돌려보다 보면 금세 휴일이 지나가곤 한다. 누군가에겐 더없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만남의 날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그 어느 때보다도 부담스럽고 힘든 나날일 뿐이다. 가족이라는 묶음 안에서 마주해야하는 명절 스트레스는 세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짐이었다. 

일부 집안들은 여전히 하루도 모자라 그 전날부터, 하나의 성씨를 위해 서로 다른 성씨들이 모여 전을 부치고 음식을 나른다. 기름 냄새가 채 가시기도 전에 피곤에 절어 눈을 붙이면, 다시 새벽부터 힘겹게 몸을 일으켜 상을 차리고 수북이 쌓인 그릇들을 치운다. 다 차려진 밥상을 깨끗이 비운 이들이 가지런히 깎인 사과를 집어들 즈음이면, 그제야 한숨을 돌리며 식탁에 몸을 기댄다. 팔다리가 저리고 정신이 멍하지만 어느 하나 이들의 노고를 보상해주는 이는 없다. 모든 가족이 거실에 앉아 TV를 틀 즈음이면 또 다른 이들이 골머리를 앓게 된다. 가족이라는 명목 하에 친근함을 넘어 무례한 질문까지 서슴없이 내뱉는다. 흔히들 묻는 학업 성적부터 취업, 연애, 결혼까지. 온 세대를 넘나들며 상대를 낱낱이 파악하려드는 취조시간이 시작된다.

명절 시즌이 다가올 즈음이면 이러한 일들의 반복으로 인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것이, 바로 명절 증후군이다. 명절 증후군이란 명절기간 동안 과도한 집안일과 가족 간의 갈등으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피로감과 스트레스 따위를 느끼는 증상으로, 핵가족이 만연한 요즘 세대에서도 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 사람인이 성인남녀 3570명을 대상으로 명절 스트레스에 대해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여자 중 절반 이상인 58.3%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또한 이들 중 무려 65.3%가 연휴기간을 혼자 보내겠다는 문항을 선택하면서 가족 간의 정을 나눈다는 명절의 의미가 과연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게 했다. 사실 명절은 좋은 날을 택하여 가족들과 여러 행사를 즐기던 것에서 시작됐다. 이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누군가에겐 스트레스만 쌓이는 기간이 돼버린 것이다. 아무리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온 국민이 함께 즐겨온 날이라 해도, 퇴색되어버린 명절의 의미밖에 남지 않았다면 대체 누구에게 의미 있는 명절로 남을 수 있을까.

코로나 탓에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바뀌어버린 올해는 명절 대이동 대신 ‘집콕’ 휴식 장려로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전보다는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상대에게 선물과 정을 전달하며 가족 간의 정을 이어갈 수 있음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대가 변해가는 만큼, 오래된 생각에서 벗어나 지금의 사람들과의 행복한 만남을 위해 명절의 기나긴 관습 역시 변해야 한다. 계속된 강요보다는 서로를 배려하며 새로운 명절 쇠기 방법을 맞이하는 것이 서로에게 더 의미 있는 명절로 다가올 수 있다. 만남을 통해 서로 다른 마음을 나누기보다,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와 계속된 소통이 진정한 정(情)이 아닐까. 온전한 얼굴로 만나보기 힘든 요즘, 화면 가득 얼굴을 담은 영상통화와 빼곡이 채운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다가오는 추석, 어느 누구도 찌푸리지 않고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좋은 날’이 되길 바라며 그를 맞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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