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당신의 우편함에 핀 따스한 꽃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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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평] 당신의 우편함에 핀 따스한 꽃 한 송이
  • 김희원
  • 승인 2020.10.07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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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시인 <심통 중> (디자인=김수정)

[한국청년신문] 텅 빈 마음속 우편함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어느 날, 괜스레 외로움을 이불 삼아 덮어 보기도 하고 내 하루를 우울함으로 덕지덕지 붙여 보기도 하였다. 날씨가 흐려지고 비가 주룩 내릴 때면 내 마음은 센치해면서 감성적인 얼굴로 화장을 고친다. 또한, 코로나 19로 인해 외출이 힘들어지면서 온통 집안은 외로움의 풍선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심통 중’이란 시를 그대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작가는 매일 열어보는 우체통에 편지나 고지서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를 쓰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 마음을 통해 누군가를 기다리며 외로움을 느끼는 그런 날들을 시에 담았다. 시에 담긴 그런 날은 누구나 한 번쯤 보내 봤을 그 하루들이 시에 잘 풀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스펨 문자라도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렸던 나의 경험이 떠올랐고, 더 나아가 외로운 우체통에 공감의 손길을 내밀게 되었다. 시를 보는 동안, 햇살이 스며든 화창한 날씨와 달리 외로움 한 모금 들이킨 소녀의 모습이 아른거렸고 덩달아 안쓰러운 감정이 샘솟기 시작하였다.

시 <심통 중>은 신비하게도 두 가지의 시점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먼저, 누군가의 편지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과 오지 않는 연락에 대한 미련과 우울함을 느끼는 소녀의 시점으로 감상을 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그 소녀와 친분은 없지만, 우체통을 뒤적거리는 소녀를 바라보는 관찰자 시점으로 감상이 가능하다.    

보통 ‘기다림’ 이란 단어가 나올 때면 울적함, 외로움, 지침의 감정이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또한, 기다림의 초성 ‘ㄱ’에서 물꼬를 틀기 시작한 고된 감정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왜 기다림의 과정은 이렇게 고되기만 할까?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 기다림을 떠올릴 즈음에는 그리 고되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 기다림의 시간마저도 소중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공허한 바닷속을 헤매는 듯한 감정이 들겠지만, 기다림 속에서 내면의 아름다운 별자리는 점차 자리를 잡아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즉 어두운 감정을 극복하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잘 추스르는 과정에서 점점 성숙해진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다. 물론 기다림, 외로움 등의 감정은 겉으로 보았을 때 굉장히 무겁고 어두워 보이지만, 자신이 그 감정의 아름다운 속내와 마주한다면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김희원(시 쓰는 학생들)
▲김희원(시 쓰는 학생들)

이렇게 세상속엔 영양분이 없는 감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감정들은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양분을 공급하며 세상과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고독한 기다림의 모습을 담은 시에서 외로운 감정이 그리 나쁜 감정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준 시를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다. 또한, 지금도 누군가를 기다릴 그대의 우편함엔 공허한 먼지가 아닌 예쁜 꽃 한 송이를 피우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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