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당신에게 떨어진 빗방울 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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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평] 당신에게 떨어진 빗방울 안에는
  • 안효관
  • 승인 2020.10.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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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선 작가, 〈여우비〉 (디자인=안효관)
▲이경선 작가, 〈여우비〉 (디자인=안효관)

[한국청년신문] 우리의 삶 속에서 비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존재다. 누군가는 비를 맞으며 우울함을 달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창밖의 비를 보며 감상에 젖기도 한다. 하늘에서 갑자기 내리는 물방울은 그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생각을 담고 있는 듯하다. 장소에 따라, 비가 내리는 형태에 따라, 시간에따라 다가오는 모습도 모두 다르다. 이런 이유들로 비는 우리의 삶에서 많은 감정을 끌어낸다. 그리고 이런 특징은 문학의 소재로써 흔하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에 문학작품에 자주 사용된다.

수많은 비의 종류 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작품은 여우비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을 품고 있다. 여우비는 햇볕이 난 날에 잠깐 흩뿌리다 금방 그쳐버리는 비를 말한다. 비는 보통 구름에 의해 해가 가려지는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여우비는 일반적인 비의 특징과는 달리 밝은 빛과 함께 내리는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퇴근길에 찾아온 여우비가 아름다워 멍하니 바라보며 시상을 떠올렸다. 당시 여우비가 다른 시기에 비해 잦았고, 작가는 여우비가 내렸던 다른 날의 기억을 상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가는 밝은 빛 속에 내리는 빗방울이 웃음과 함께 흘리는 눈물처럼 보였고, 행복했지만 닿을 수 없는 옛사랑과 겹쳐져 보였다. 그래서 우산을 접고 선 채로 비를 맞으며 찾아온 그리움을 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날의 감정을 〈여우비〉에 담았다. 작가가 여우비를 맞으며 느꼈던 감정들을 시를 통해 공유해보자.

작가는 여우비가 잦았다는 말과 함께 시를 시작한다. 그리고 당신을 생각하는 내 마음 같았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잦았던 여우비만큼 당신을 생각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고 당신을 추억하며 느낀 슬픔 어린 행복이란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여우비가 내리는 날이면 우산도 접고 비를 맞는 화자의 모습은 그 순간의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드러난다. 그것은 분명 당신을 추억하며 느꼈던 행복과 슬픔이 섞인 미묘한 감정 중 행복이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우비〉는 화자가 우산을 접고 여우비를 맞았던 것처럼 아무런 방해물 없이 독자에게 스며든다. 쉬운 내용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선명하지만 아련한 감정은 시에 담긴 작가의 순간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안효관(시 쓰는 학생들)
▲안효관(시 쓰는 학생들)

우리는 종종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을 회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흔치 않은 여우비를 우산을 접고 맞은 화자의 모습처럼 가끔은 그러한 감정에 솔직해져 보기 바란다. 감정을 흠뻑 적시고 난 뒤 감정에 젖은 옷을 벗어버린다면 가벼움과 상쾌함을 느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우리의 마음속에 여우비가 내리면 잠시 우산을 내려놓고 빗방울을 느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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