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아고라] 전략 없는 청년정치는 청년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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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아고라] 전략 없는 청년정치는 청년을 위협한다
  • 최원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13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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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의 포스터 논란
- 이번 계기로 청년정치의 본질을 생각해보길
▲최원석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최원석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한국청년신문] 갈 길은 먼데 발걸음이 버겁다.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포스터 논란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지난 추석 연휴에 실소를 터져 나오게 했던 포스터는 이론의 여지없이 폐기되었다. 그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문제가 된 일부 인원을 면직 처분했고, 위원장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며칠간 언론과 정치권은 청년위원들의 면직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이야기하더니, 별다른 논의도 없이 조용해졌다. 국민의힘 청년중앙위원회는 뭔가를 하기도 전에 존폐 자체가 위기이다.

그들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이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누구나 그 포스터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직관적으로 문제를 느낄 뿐, 정확한 문제를 지적하고 교훈을 찾는 시선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나라', '운동권처럼은 안될란다' 같은 표현은 자체로 문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저 문구만 문제는 아니다. 만약 이번 논란을 제대로 매듭짓지 않고 넘어간다면, 청년정치의 미숙함, 무능함, 시기상조 같은 결론을 남기는 게 아닐지 우려된다. 그들이 잘못한 것, 놓친 것을 명확히 하는 게 앞으로의 청년정치를 위해 필요하다.

그들은 청년정치가 무엇을 할지 말하지 않았다. 청년정치는 기성정치와 달라야 한다. 청년의 입장을 대변하든, 미래 사회의 청사진을 이야기하든, 건설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기성정치와 똑같은 말을 할 거라면 경험 적은 청년정치를 도모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번 포스터에는 '문재인 정부 퇴진', '자유보수정신' 등의 표현을 담고 있다. 최근 극우 세력과 결별하려는 중앙당의 움직임과 맞지도 않거니와, 21세기 청년 정신이 고작 진영논리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비판을 하더라도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 건지를 먼저 말한 후에 해야 의미 있다.

그들은 왜 자신들이여야 하는지도 말하지 않았다. 포스터의 TMI란은 진짜 알기 싫은 정보를 담고 있었다. 인생 최대 업적이 육군보병 포상휴가인 사람과 공채 서류전형 연패를 기록한 사람에게 왜 정치를 맡겨야 할까. 정치인이 오갈 데 없는 사람들 구제하는 직업군인가. 정치를 엘리트만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해도 되는 건 아니다. 자신이 사회와 정치를 위해 어떤 노력과 고민을 해왔는지, 뭘 잘할 수 있는지 납득시켰어야 한다. 청년정치는 정치 인턴이 아니다. 명함 만들고 스펙 쌓는 활동은 더욱 아니다.

물론, 포스터의 의도는 이해한다. 고루한 이미지를 벗고 재기발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기존 정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언어와 분위기로 패기 있게 시작한 것이다. 친숙함과 청년다움은 메시지 관리에 실패하며 상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브랜딩에 실패했다. 정치는 메시지 전쟁이다. 그리고 메시지는 상황에 맞게 적절히 관리되어야 한다. 정치인의 말과 상황이 어우러져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 상황에 피해자 연대 발언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 이후에 종전선언을 말했다. 적절함을 떠나 이들의 메시지는 관리됐다.

반면,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의 메시지는 전혀 관리되지 않았다. 이들의 언어가 문제 있다고 보지 않는다. 혹자는 이들이 내세운 청년 감성이 고작 ‘디씨(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감성’이라고 비판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언어와 감성이다. '경제대공황을 예측하고 곱버스 탔다가 한강 갈 뻔했다'는 표현. 이건 점잖게 표현하면 “현 정권의 실정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경제위기를 맞을 것이다. 개탄스럽다.” 가 되고, 이런 표현은 언론에서 매일 볼 수 있다. 정치의 언어가 항상 고상해야 하는 건 아니다. 사회에는 분명 비주류 감성이 있는데 이를 외면하면, 비주류 인간은 투명인간처럼 살아가게 된다. 비주류 감성과 언어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상황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뜬금없었다. 해당 포스터는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만약 그들이 비주류 감성도 정치권에 넣어야겠다는 의도가 있었다면, 전략적으로 점진적으로 했어야 한다. 받아들일 대중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데 갑작스레 던지니 역효과는 당연하다. 브랜딩은 전략적으로 이미지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이다. 그들은 브랜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부족했다.

철학도, 내용도, 전략도 없었다. 대중의 눈에는 거대정당에서 직함을 주니 좋다고 달려든 젊은이의 호기로움만 보였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뉴노멀을 말하는 때에 여기저기서 청년정치를 찾는다. 국회 내에서는 청년 초선 의원이 활동하고 있고, 최근 청년정의당을 비롯해 청년정치가 본격적인 발걸음을 떼려 준비 중이다. 이번 포스터 논란이 이러한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닐지 우려된다. 또한 새로움과 청년다움이 크게 위축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도전과 실패가 청년의 특권이라고 위로하기에는 지금 우리 상황이 넉넉지 않다. 우리는 거침없되, 잘해야 한다. 청년정치에도 철학과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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