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낙태죄' 폐지 대구 시위 현장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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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낙태죄' 폐지 대구 시위 현장에 서다.
  • 배은정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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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의 권리를 국가는 탐하지 말라.' 비혼여성공동체WITH

[한국청년신문] 10월 11일 일요일 오후 2시 대구백화점 앞 첫 번째 집결, 이 시위는 '경상도 비혼여성 공동체 WITH'의 주최로 낙태죄 폐지를 위한 시위를 위해 모였다. 우리나라 낙태에 관한 법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대한민국은 모자보건법 제 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 따라 낙태를 진행한다. 모자보건법 14조 조항에 따르면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임산부의 생명, 신체적, 정신적 건강,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을 경우에만 낙태가 합법으로 인정된다. 이 외의 경우에 임산부가 낙태를 원할 경우에는 처벌의 사유가 되는 것이다.

왜 여성이 낙태를 하면 생명을 경외 시 한다는 말을 듣고 처벌을 받아야 할까? 평소 언어교환을 위해 메시지를 주고받던 스웨덴 친구에게 낙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남성인 자신이 낙태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그것은 온전히 여자의 입장에 달렸다고 했다. 어떻게 낙태에 대해서 이런 딱 떨어지는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싶어 스웨덴의 낙태법에 대해 찾아보았다. “스웨덴에서는 여성들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할 수 있고, 임신 18주까지는 이유 불문하고 낙태가 허용된다. 18주가 지난 후 22주까지는 사회복지청(Socialstyrelsen)에서 낙태 여부를 허가 받아야 한다.” 스웨덴은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지 않는다. 낙태를 죄라고 인식하는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의 인식은 어디서 왔을까? 그것은 낙태를 ‘죄’라고 규정짓는 현재의 대한민국 법에서 기인한 것이다. 아기의 생명을 죽이는 살인자라며 생명경시를 논하기 이전에 이미 한 생명으로 형성되어 살아가고 있는 산모 ‘여성’의 권리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들이 과연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혹은 무분별한 성관계로 인하여 낙태를 선택한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여자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낙태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유가 되었건 여성이 원할 때 낙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낙태죄 폐지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질문하며 한동안 생각해 보았다. 낙태에 대한 생각을 마음속에 되뇌며 시위날 아침, 청명한 하늘을 등지고 시위장소로 향했다. 위아래 검정 옷을 입은 경상도 비혼여성공동체 WITH의 시위참가자들이 이미 모여 인원체크를 하며 삼삼오오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 참가하는 시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조금 두려움이 일었다.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는 불편한 주제를 가지고 시위한다는 게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닐까 염려스러웠으나 ‘낙태죄를 폐지하라’ 붉은 피켓을 들고 동성로 길 가운데 서니, 대한민국에서 내가 옹호하는 하나의 의견을 내는 것이 움츠려 들일인가 권리를 주장함에 있어 당당하자란 포부로 15분간 행인들이 잘 보이는 곳에 서 있었다. 저 멀리 새까만 군중 속 누군가 한 명이라도 피켓의 문구를 보고 일상에서 이 주제로 토론한다면 그 또한 유의미한 일이라 생각하며 작은 투지를 다졌다. 생각보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피켓을 오래도록 지켜봤다. 제각기 다른 연령대의 여성들이 다양한 눈빛으로 피켓을 보았다. 초등학생들이 피켓을 든 필자를 볼 때는, 그들이 자라서 정치적 의사를 피력할 때 여성도 당당히 이렇게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랐고,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이 피켓을 바라볼 땐 부디 일상에 이 피켓의 문장을 안고가 한 번 더 생각해보기를 바랐다. 십자가를 든 사람이 내가 든 피켓을 집요하게 바라볼 땐 논쟁을 위해 준비해야하나 잠시 긴장하기도 했다. 15분씩 두 번 다른 사람들과 번갈아 가며 1인 시위를 끝내고 성명서 낭독 후 마무리를 지었다.

검은 옷을 입고 시위를 하는 우리를 '이 사람들은 뭐야' 라는 시선으로 보기도 했지만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세상에 고지한 것이다.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 임신 중지 보장하라. 낙태죄를 폐지하라. 다시 한 번 외치고 싶다.

시위피켓
▲낙태죄 폐지 시위피켓 (사진=배은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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