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의 눈] 정보화시대를 넘어 '허위'정보화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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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자의 눈] 정보화시대를 넘어 '허위'정보화시대로
  • 김채은 청년기자
  • 승인 2020.11.11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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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뉴스가 판치는 "괴물이 된 미디어"
- 언론의 신뢰성 회복을 통한 허위정보화 극복,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중요한 과제
▲ 김채은 청년기자
▲ 김채은 청년기자

[한국청년신문] 우리는 지금 정보화시대(information age)를 넘어 “허위”정보화시대(disinformation age)를 살아가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헤쳐나가는 와중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와의 사투는 바이러스와의 사투인 동시에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전염되는 각종 가짜뉴스와의 사투였다.

위기상황일수록 가짜뉴스의 힘은 강력해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바로 그 허위정보가 기승할 수 있는 좋은 숙주였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 진단 결과를 부풀리고(또는 축소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이나 미국에 의해 조작된 것이다” ,”빌 게이츠가 코로나 백신을 통해 전 세계를 지배하려 한다” 등 코로나를 둘러싼 음모론은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 등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 #Covid-19 Conspiracies, 즉 ‘코로나 음모론’과 관련된 다양한 컨텐츠가 게시되었다.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Jason Schenker)는 저서 ୮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통해 “괴물이 된 미디어”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그는 특히 소셜 미디어의 ‘개인 맞춤형’ 흐름 때문에 가짜 뉴스의 힘이 전례 없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대부분의 소셜 미디어에서는 개인의 취향에 맞는 컨텐츠가 선별되고 추천된다. 문제는 개인의 취향에 맞는 컨텐츠’만’ 보여준다는 점이다. ‘소통의 광장’이라고 여겨지는 소셜 미디어에서 개인 맞춤형 컨텐츠에만 노출되다 보면, 타인의 생각도 곧 내 생각과 다르지 않다는 ‘허위합의편향’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자기중심적 편향은 개인을 가짜뉴스에 더욱 취약하게 하고, 타인의 의견과 절충하고 합의할 수 있는 역량을 무력화한다. 이렇듯 소셜미디어는 ‘Social’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개인’ 맞춤형의 행보를 걷고 있으며, 자신에게 선별된 컨텐츠가 곧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는 ‘팩트’일 것이란 위험한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BBC·CNN 등 메이저 언론사에서 “정보전염병(infodemics)”라는 용어와 함께 꽤 심각하게 다뤄졌을 만큼 코로나19 음모론이 성행했던 반면, 한국에서는 그다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까지 번지지 못했다. 몇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대규모 진단검사 및 확진자 동선 역학조사와 관련한 정보 공개의 ‘투명성’일 것이다. 음모론은 사회적 혼란이나 아노미적 상황에서 불확실성에 좌우되지 않으려는 심리적 기제를 건드린다. 아직 설명되지 않은 혼란과 우연적 무질서에 의해 만들어진 공백을 채우기 위해 필연적 인과관계를 만들고, 자신이 이 상황을 충분히 통제하고 있다는 믿음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초기 상황부터 선진 의료기술과 더불어 확진자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확실과 불투명이라는 음모론의 기제가 상대적으로 덜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괴물이 된 미디어”의 재앙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최근까지만해도 한국 역시 극우 유튜버들의 가짜뉴스로 곤혹을 치룬 바 있다. 또한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주관하는 <Digital News Report 2020>에서, 한국은 ‘뉴스 신뢰도’ 부문에서 40여개의 조사국 중 최하위를 차지한 바 있다. 특히 ‘허위정보 및 오정보’의 진원지를 묻는 문항에서 40개국의 평균 40%가 ‘정치인’이라 응답하며 가짜뉴스의 출처를 정치인에게서 찾는 반면, 한국은 허위정보의 진원지가 언론사·기자(23%) 및 일반대중(20%)이라는 응답이 세계평균보다 높았다. 즉, 정치와 사회를 그 누구보다도 객관적으로 감시해야 할 언론과 그 언론을 감시할 책임이 있는 일반대중이 오히려 가짜뉴스를 생성하는 근원지라고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공개한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아시아 중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최하위인 현실이 다소 역설적이기도 하다.

개인화된 소셜 미디어에 의한 ‘허위합의편향’의 심화와 그에 따른 가짜뉴스의 기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메이저 언론사들의 신뢰성 회복이 중요하다. 정부기관이 코로나 동향 및 확진자 동선에 대한 정보를 도맡아 투명하게 공개한 덕분에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음모론이 수면 아래에서만 잔류했듯이, 메이저 언론사들이 신뢰성 있는 정보 전달 역할을 수행해야만 비로소 소셜 미디어가 ‘허위정보의 소굴’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와 같이 언론이 대중의 신뢰를 얻지 못해 그들의 팩트체크가 소셜미디어를 표류하는 각종 가짜뉴스에 앞에서 무력화된다면, 제이슨 솅커가 예고한대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미디어는 “괴물”이 되어있을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양방향 소통을 활성화하면서 정보의 창출 권력을 분산시키고 민주화시켰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허위정보의 소굴로 전락할 위험이 감지되는 현 시점에서, 객관적인 사실과 진실을 전달해 줄 책임자가 필요한 듯 보인다. 그리고 그 열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문성과 신뢰성의 여지가 남아있는 이 사회의 '언론'이 쥐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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