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무지막지하게 '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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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무지막지하게 '태움'
  • 조우정 기자
  • 승인 2020.11.17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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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사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
- 태움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한국청년신문=조우정 기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태움’이라는 단어가 뉴스에서 들리자, 바로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했다.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으로 길들이는 규율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한다. 나에겐 충격 그 자체였다. 사람을 살리고 보호해 주는 고결한 이미지의 간호사가 서로를 물고 뜯어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을 죽게 만들다니. 이는 인간의 숨겨져 있는 악이 기어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사건은 들여다봐야 더 정확히 알 수 있는 법이기에, 여러 기사와 영상을 따로 확인했다.

우리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들었을 때, 밤낮없이 환자를 돌보고, 단단한 멘탈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꾸준히 지켜낼 수 있는 자리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한국 사회에서 이겨내야 할 간호사의 업무 강도를 충분히 인지하고, 간호사의 길로 움직인 사람들은 직업의 이해도가 높은 상태에서 스스로의 소신에 의해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간호사들이 직접 실무에 뛰어들자, 자살을 해서 죽음을 택한다. 그 이유가 대체 뭘까. 우리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 간호사 (사진제공=[pixabay])
▲ 간호사 (사진제공=[pixabay])

간호 업계에는 'preceptor'라는 역할이 존재한다고 한다. 'preceptor'란 신규 간호사를 교육하는 역할로써 간호 경력이 3-4년 차 정도 된 연차가 맡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preceptor는 교육만 전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들을 보살피면서 신규 간호사들에게 매번 다른 질병의 케이스들이 들어오는 환자의 치료방법을 동시에 가르쳐주는 방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신규 간호사들은 한 번도 간호사로서 경험해보지 못한 환자들을 마주칠 때마다, 매번 다른 방식의 치료를 해줘야 하고, 돌봐줘야 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실무에 투입되어, 어리바리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모습을 보는 기존 간호사들은 “너 왜 이리 일을 못해?”라고 하며 신규 간호사들이 혼나지 않아도 되는 일에 대해 쓴 소리를 하거나, 신경이 날카로워진다고 한다. 물론 이 사건을 보는 사람들은 “그건 그 간호사 인성이 문제 아니야?”라고 되묻는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인성’이라는 단편적인 문제로 ‘태움’사건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 사건을 크게 들여다보자.

얼마 전, 故서지윤 간호사가 산재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산재 인정을 받은 이유로는 열약한 근무환경을 방치한 병원의 ‘조직적이고 환경적인 괴롭힘’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한 간호사에게 무리한 과도한 업무량 부여, 부실한 신입 간호사 교육 등 간호사로서의 역할에 회의감을 들게 하고, 더 나아가 개인의 문제로 연결되어 사회에서 아무런 역할의 기능을 할 수 없는 자존감 하락 문제까지 이어진다.

‘태움’ 문제를 접한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죽긴 왜 죽어. 다른 병원 가면 되지. 그것도 안 되겠으면 다른 일을 찾으면 되지.” 그러나 이 문제는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건 당사자가 되어봐야 알 수 있다.라며 간호사들은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 간호사는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무거운 부담감을 어깨에 올리고 나의 판단으로 환자가 완치가 될지, 그 반대가 될지 노심초사하는 직업이기에 개인의 자존감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갓 들어온 간호사가 대략 20명 정도의 환자를 맡게 되는데 경험해보지 못한 질병의 환자를 직업적으로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 신규 간호사가 익혀야 할 업무가 60가지가 훌쩍 넘는데, 이를 6주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익히기를 강요한다. 그리고 바로 “너 혼자 해”라고 던져준다. 과연 이런 업무의 강도와 부담감을 이길 수 있는 강철 멘탈이 몇 명이나 될까? 갓 사회에 들어온 20대 중반 간호사들이 이 모든 것을 다 안고 가는 게 당연하다고, 원래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힘들다고.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인가?

아마 자살을 택한 간호사들은 이 문제들을 ‘퇴사를 해야 하나?’라는 간단한 문제로 보지 않은 듯하다. 제대로 일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버거움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나는 환자 앞에 서면 안 되는 사람인가?’라는 고민으로 넘어간 것 같다. 자신을 세상에 도움이 안 되는 무 쓸모 인간이라고 느끼며 개인의 영역으로 변질되었을 확률도 꽤 높아 보였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병원 자체 내에서 좋은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간호사들의 죽음은 계속해서 발생될 것이다. 조심스럽게 서서히 들려오는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어주자.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직업의 무게감을 견디고 병원에 자진해서 들어오는 간호사들이 제 발로 나가지 않도록, 한국 사회의 병원 시스템은 하루빨리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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