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하자마을책방 문집, '세계로! 무너지는 세계 속 우리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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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하자마을책방 문집, '세계로! 무너지는 세계 속 우리들'을 읽고
  • 배은정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17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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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마을책방문집, 세계로! 무너지는 세계 속 우리들  표지
▲하자마을책방문집 '세계로! 무너지는 세계 속 우리들' 표지 (사진제공=하자마을책방)

[한국청년신문=배은정 칼럼니스트] 따뜻한 햇볕을 등지고 공원을 걷는 중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문집이 발송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세계로! 무너지는 세계 속 우리들은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의 하자마을책방에서 제작한 문집이다.

어떤 글이 책에 쓰여있을지 받기도 전에 기대하는 마음이 들었다. 종이에 곱게 싸인 책을 보고 찬찬히 글을 읽어 나갔다. 글 속에서 내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이들의 표정이 읽히는 것 같았다. 학교 다닐 때 일진과 친하게 지내고 싶으면서도 그런 마음을 욕망하는 내가 지질해 보였는데 학교 다닐 때 그런 감정을 느꼈던 장면들이 쓰여있어 나 또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나도 대구 낙태죄 전면폐지 시위현장에 참여했었다. 시위에 참여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 같은 무기력함과 여성에게 가해를 가하는 나쁜 사건들을 계속 들으면 피곤해지고 피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파서 꼭 안아주고 싶은 나 같은 모습의 화자도 발견했다. 글들이 풍성한 표정을 가진 느낌이 들었다. 마음을 울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하자센터는 서울 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처음에 이 공간에 대한 정보를 웹사이트에서 봤을 때, 고등학생이 되면 대안학교를 가고 싶었던 마음이 떠올랐다. 현실에서 학생답게 공부하고 얌전해야 한다는 속박하는 굴레에 벗어나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는 모습이 독특하면서 즐거워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론 대안학교 학생을 ‘너는 평범하지 않잖아’라고 보는 시선을 느끼기도 했지만, 마음속에 항상 청소년 시절에 이런 정규교육 외에 외부적 활동을 한다는 게 부럽게 느껴졌다.

책을 받고서 계속 읽고 싶었는데 쭉 읽을 시간이 없어서 띄엄띄엄 나눠서 읽었다. 글을 읽고 나와 비슷한 시선과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의 문장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작정 밖으로 나와 마구 걸었다,’로 시작되는 문장은 ‘또 어떤 밤은 아주 느린 보폭으로 횡단보도의 하얀색 부분의 개수를 셌다. 그다음 날은 보도블록의 색과 모양을 확인하며 걸었다. 매번 다른 모양의 걸음, 속도였다.’라고 끝난다. 나는 이 단락에서 황망하고 외로워 방황할 때 길을 걸으며 느꼈던 그때의 마음을 느꼈다. 꺼져가는 가라앉음을 공유하는 기분이었다.

취업이 되지 않아 오랜 백수 생활이 지속하던 때, 우울감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길고도 어두웠던 겨울밤을, 롱패딩 주머니에 손을 꽂고 목적 없이 걸었다. 인생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라며 방황하며 길을 걷다가 곽진언과 김필이 부른 ‘지친 하루’를 들었다. 찬 바람을 쐬며 귀로 흘러나오는 가사를 몇 번이고 마음으로 되뇌었다. ‘거기까지라고 누군가 툭 한마디 던지면 그렇지 하고 포기할 것 같아 잘한 거라 토닥이면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발걸음은 잠시 쉬고 싶은걸.’이란 시작 소절만 들어도 내 마음 같아서 마음이 아렸다.

노래 후렴 부에선 ‘비교하지 마 상관하지 마 누가 그게 옳은 길이래.’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그 부분이 내게 힘껏 세상을 향해 반항하고 소리쳐봐, 뭘 그렇게 슬퍼하고 있는 거냐고 내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때의 찬 밤공기와 퍼석거리는 나의 마음, 정처 없던 발걸음과 오갈 곳 없는 눈동자가 여전히 기억이 난다. 오늘은 일하면서 유독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누가 어깨를 두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날, 문집에서 읽은 문장들을 꺼내어 먹는다. 힘들고 아플 때 초콜릿 하나 꺼내먹으라는 노래 가사처럼 초콜릿 대신 내 마음을 읽어주었던 문장을 꺼내서 마음을 위로해본다.

문집에 글을 썼던 이들의 하루들도 녹록지 않았을까? 그들과 함께 내 마음을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 저 오늘 이런 일이 있어서 힘들었어요. 눈을 마주하고 제 마음을 읽어주세요, 따뜻한 차 한잔을 마주하고 내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사는 동안 나만 잘 되게 해주세요! 라고 적힌 사진을 보았다. 그래 나를 괴롭게 하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 다 망하고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란 삐뚤어진 마음도 먹는다. 오늘의 먹먹함을 하자마을책방 문집과 달콤한 마카롱으로 달래야겠다.

하자마을책방문집이 궁금하다면 하자마을책방 브런치 에서 읽을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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