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을 택한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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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을 택한 청춘들
  • 유지희 청년기자
  • 승인 2020.11.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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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불안 속 청춘들의 안정을 향한 레이스
▲ 노량진 고시촌(사진제공=유지희 청년기자)
▲ 노량진 고시촌(사진제공=유지희 청년기자)

[한국청년신문=유지희 청년기자] 이른 아침 하늘빛이 채 밝아지기도 전, 잔뜩 충혈된 눈으로 청춘들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노량진역 앞 한 건물로 줄지어 들어간다. 기지개도 제대로 켜지 못한 몸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한다. 그 건물 간판엔 고시학원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있다. 학원 주변을 둘러보는데 고시학원이라고 쓰여있는 다른 건물들에도 비슷한 모습을 한 청년들의 분주함이 보인다.

가장 유명한 공무원 학원 중 하나인 노량진 H 학원에 따르면 매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러 학원에 등록하는 학생들의 수가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대학생 및 취업 준비생 1962명을 대상으로 지난 20일 '공시 준비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및 취업 준비생 10명 중 약 4명에 이르는 37.4%가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절반에 가까운 수준인 48.4%가 “앞으로 공시를 준비할 의향이 있다"라고 답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예정인 대학생 이지수(23) 씨는 ”여러 가지 스펙을 쌓아야 하는 대기업 사기업의 취준 방법보다는 한 가지 시험에 매달리는 것이 마음 편하고 또 한 번 붙으면 공무원은 연금이라는 제도가 있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을 택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대학을 휴학하고 공시생 생활 중인 김정은(23) 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는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의 방향에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대의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보람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메리트인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공무원을 꿈꾸는 청년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 결과 그들이 공무원을 선택한 이유는 직업 안정성과 연금, 대기업과 사기업에 비해 준비과정이 간단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 노량진 공무원학원 계단(사진제공=유지희 청년기자)
▲ 노량진 공무원학원 계단(사진제공=유지희 청년기자)

대학생 공시생뿐만 아니라 일찍이 대학을 포기하고 공무원을 택한 청년들도 많았다. 올해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안지영(24) 씨는 ”제가 흥미를 가지는 일이 무엇인지, 뭐가 되고 싶은지 찾지 못했고 대학 진학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 취업 시장에서 학력차별 없이 공정하게 진행되는 시험이기 때문에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접수할 수 있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고 대학 진학을 포기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졸 출신 교육행정직 8급 공무원 조희수 (23) 씨는 ”현재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고 비교적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잘 지켜지는 직군이라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편이지만 자퇴를 선택한 그때의 결정에는 후회합니다. 대학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고 어린 나이에 사회로 맨몸으로 뛰어든 느낌이 듭니다.“라고 얘기했다, 같은 고졸 학력 공무원 합격자이지만 대학을 포기한 것에 대한 입장에선 차이가 느껴졌다.

지난해 공무원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재직 5년 미만 공무원 퇴직자가 6664명으로 2018년과 2017년 5000명대의 퇴직자에 비해 점점 늘고 있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퇴직한 사람 중 대다수는 연금을 받는 메리트가 무색할 정도로 봉급이 만족스럽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여유 있는 저녁을 기대하며 공무원이 됐지만 야근이 잦았고 주말에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공무원 특유의 관료문화와 아직도 보수적인 색채가 진한 근무환경도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2017년 서울시 청년활동 지원센터 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생의 월평균 지출액은 83만 6000원에 달했다. 여기에 주거비까지 더하면 공시생들의 월평균 지출은 100만 원을 훌쩍 넘는 셈이다.

사실상 공시생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모든 공무원이 저녁 있는 삶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같은 급수의 공무원이라 할지라도 직렬에 따라서도 일을 통한 삶의 질이 천차만별이다. 무조건적인 안정 무조건적인 여유를 기대하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공무원이 됐을 때 들인 것만큼의 만족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워라밸에 대한 환상만을 가지고 무작정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공시생으로서의 준비 기간을 거치고 공무원이 된 후 일에 대한 진정한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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