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진정한 사랑을 위해 맨발 차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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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진정한 사랑을 위해 맨발 차림으로!
  • 한지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1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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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발의 청춘'을 감상하고
▲한지수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한지수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한국청년신문] 볼품없는 초라한 모습마저 사랑해줄 수 있다고 말하는 상대를 어찌 사랑할 수 없겠는가. 자신과의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다는 그녀를 어찌 매몰차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1964년,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영화 <맨발의 청춘>은 이전까지 감상할 수 없었던 청춘들의 솔직한 사랑을 잘 담아내고 있다.

남자 주인공인 두수는 시계와 같은 물품을 밀수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깡패이다. 거래를 하러 가던 도중 위험에 빠진 여성들을 구해 주는데 그 여성들 중 한 명이 요안나이다. 그녀는 자신을 구해준 두수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억울하게 처벌받을 예정이었던 그를 대신하여 상황을 해명한다. 두수도 요안나의 맑은 눈동자에 홀렸기에 그녀를 구해준 것이었다. 그래서 사건이 해결되고 난 후 그녀를 찾기 위해 학교 앞을 서성이거나 길가를 몇 번이고 살피곤 한다. 두수의 노력을 알았는지 요안나 또한 그를 만나기 위해 비싼 발걸음을 옮긴다.

고귀한 부잣집 딸과 난폭한 뒷골목 깡패의 어울리지 않는 만남은 서로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간다. 두수는 위스키를 마시며 싸구려 잡지를 읽던 밤에서 벗어나 요안나가 즐겨 듣는 클래식을 틀어 주스를 마셔본다. 반대로 요안나는 어머니 몰래 독한 술도 마셔보며 그가 좋아하는 레슬링 잡지를 읽는다. 정반대인 서로의 취미와 생활은 접근하기 힘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상대방을 알아가고자 하는 순수한 진심을 이끌 수 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서로를 향한 진심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이었다. 요안나의 집안에서 두수를 만나도록 허락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돈과 학력으로 계급을 분명하게 구분하던 당시 현실 사회에선 절대 생겨나선 안 될 창피한 일이었기에 어머니는 요안나의 되도 않는 사랑을 막기 위해 그녀를 태국으로 보내려 한다. 두수도 어머니의 마음을 읽었는지 요안나에게 자신을 ‘당신과 어울릴 수 없는 인간쓰레기’라 부르거나 일부러 상처를 주며 찾아오지 않게끔 만든다. 두수의 모든 말은 진심이 아니다. 그는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모진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요안나는 비행기를 타기 전 두수를 찾아가 사랑을 고백한다. 가족들과 경찰의 눈을 피해 이리저리 몸을 숨기던 둘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말을 맞이한다. 그들의 죽음은 매우 비극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비극적이기만 할까. 정반대의 삶을 살던 각자가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사랑을 나누고, 그 사랑을 이어나가기 위해 아무런 제약 없는 세상을 찾아 떠났다고 본다면 마냥 비극적인 죽음이라 볼 수는 없다. 본인들의 사랑을 이루어낼 수 없는 현실을 함께 벗어나고자 하는 행위는 어쩌면 둘에게 가장 행복한 결말이 아니었을까.

영화 말미에는 죽은 두수의 맨발에 아가리가 자신의 신발을 벗어 신겨주는 장면이 나온다. 평소 잘 따르던 형을 편하게, 따뜻하게 하늘로 보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사랑의 장벽’ 또한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요안나는 고급 승용차에 실린 채 경건한 의식을 치르고 있는 반면, 맨발 차림의 두수는 아가리 혼자 질질 끌고 가는 리어카에 초라한 모습으로 실려 있다. 두수가 맨발이었던 이유는 영화 제목처럼 진정한 사랑은 허례허식 없는 맨발과 같은 민낯 그대로의 것임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두수와 요안나는 그러한 진심 어린 사랑을 한 청춘들이라 할 수 있다.

두수와 요안나의 역을 맡은 고 강신성일 배우와 엄앵란 배우는 실제로 혼인 관계를 맺었다. 이들의 사랑스러운 청춘을 영상으로 담아낸 영화 <맨발의 청춘>을 통해 앞으로 있을 무궁무진한 방식의 사랑들에 있어 맨발 차림과도 같은,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모두 진정한 사랑을 위해 맨발 차림으로 당당히 걸음을 내딛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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