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의 눈] 정부와 언론이 ‘책임없이’ 가치만을 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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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자의 눈] 정부와 언론이 ‘책임없이’ 가치만을 말할 때
  • 김영은 청년기자
  • 승인 2020.11.19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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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 지키려면
- 훈장 수여로 끝내지 말고 시스템을 돌아봐야
- 정부와 언론이 ‘책임’을 이야기할 시점
▲ 김영은 청년기자
▲ 김영은 청년기자

[한국청년신문] 지난달(10월) 16일 체첸계 무슬림 난민 압둘라 안조로프(18)는 프랑스 교사 사뮈엘 파티(47)를 찾아가 거리에서 그의 목을 베는 테러를 저질렀다. 교사 사뮈엘 파티는 10월 초 언론의 자유에 관해 수업하면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보여줬다. 만평은 이슬람교 창시자인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내용이었다. 수업은 프랑스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통해 종교를 조롱할 자유를 부여하지만, 누군가를 자극해 테러를 불렀던 과거 사례를 다룬 토론 수업이었다. 교사 피살사건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강경한 발언과 함께 극단주의를 우려하여 무슬림 자녀의 홈스쿨링을 금지하는 등 반분리주의 법안을 예고했다. 프랑스 하원의원 리샤르 페랑 역시 살해된 교사가 공화주의적, 인본주의적인 프랑스를 대표한다며, 살인사건의 선동자와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5년 전에도 정부는 샤를리 에브도 사건 때 희생당한 만화가에게 같은 훈장을 쥐여줬고, 오늘날 똑같은 사건이 되풀이됐다. 교사 피살 사건에 뒤따른 정부의 대처는 표현의 자유와 종교적 가치 어느 하나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프랑스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정부가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수호하려면, 해당 가치를 표현하는 시민도 마땅히 보호해야 한다. 사뮈엘 파티 교사와 같은 표현자를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시민 스스로가 역으로 자유를 검열할 수 있다. 현지 일간지 르 피가로에 21일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프랑스 교사 가운데는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반응이 존재했다. 교사들은 민감한 이슈를 다룰 때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23일과 25일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각각 ‘참수 위험을 감수하고 싶은 교육자는 누구입니까’, ‘정부가 해결할 수 없는 신성 모독과 표현의 자유 간 딜레마를 교사가 직면하게 하는 것은 매우 불공평하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자유 교육을 내세울 동안 종사자인 교사는 정작 위험에 내몰렸다.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 역시 어느 예술작가의 표현의 자유와 동등한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 반종교 성향의 신문이라고 하더라도 샤를리 에브도는 예술품과 달리 사회적으로 영향력과 파급력이 막대한 ‘언론’이다. 무슬림 구성원들의 소통과 안착 문제를 안고 있는 프랑스 사회의 과제는 언론의 과제이기도 하다. 꾸준히 무슬림 인구가 증가하는 사회에서 교사들은 2015년부터 변화한 교육 방침에 따라 의무적으로 표현의 자유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환경에 놓였다. 지난 5년간 프랑스 사회 내 무슬림 인구, 교육계의 방침 등 사회 전역에서 변화가 일어났지만, 샤를리 에브도는 같은 방식을 고수하다가 5년 전에 언론사가 겪은 테러 피해를 시민에게 전가했다. 시민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언론의 자유는 무책임한 자유다. 현장 종사자의 고충을 헤아리지 못한 채 ‘두려움에 맞서겠다’는 언론사의 태도는 잡지를 활용하는 시민의 안위와 자유를 역으로 위협했다.

프랑스 사회 내에서 무슬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 역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공존의 전제는 서로 간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다. 프랑스 사회는 공존을 위한 관용 정신을 강조하지만, 100여 년 전부터 이어져 온 ‘라이시테’(laïcité:비종교성) 기조 때문에 어떤 종교도 공식 종교로 인정하지 않으며, 인구 통계에서 종교, 인종 등을 밝히는 조사를 금지했다. 그러나 진정한 공존을 도모한다면 이질적인 문화권의 사람들의 현실도 정부와 언론이 적극 알려야 한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프랑스에서 성전(聖戰)을 자처한 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무슬림 백여 명의 평균 연령은 26세였다. (동아일보, ‘라이시테’와 ‘톨레랑스’ 사이에서 고민하는 프랑스) 이들의 교육 수준과 월 소득은 프랑스인 평균을 밑돌았다. 시민사회를 대변하는 언론과 정부는 '표현의 자유'와 ‘정교분리’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비슷한 사회 경제적 환경에 놓인 계층을 조사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같이 논의할 의무도 있다.

정부와 언론은 표현의 자유를 ‘표현하는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 교육,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다문화, 다민족 사회가 겪는 현실 문제들을 파헤치고, 알리며, 해결해야 할 역할은 외면한 채, 자유의 ‘정신’만을 강조하는 것은 게으르고 위험하다. 책임없이 가치만을 외치는 태도는 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약화시킬 수 있다. 시민의 안위를 충분히 보호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반복되는 각종 위협과 사고는 시민 스스로 자유를 검열하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뮈엘 파티 교사를 애도하는 시민들의 추모 집회가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렸다. 5년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시민들은 또다른 생명을 추모했다. 정부와 언론은 언제까지 ‘가치’만 이야기하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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