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당신에게 귀 기울여 주고, 이해해 주고, 알아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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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당신에게 귀 기울여 주고, 이해해 주고, 알아줄 존재
  • 장하늘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24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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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Her'을 보고
- 사람은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장하늘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장하늘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한국청년신문] 언젠가 공을 들여 ‘愛’를 쓰고 있는 할멈에게 엄마가 물은 적이 있다. 근데 엄마, 그거 무슨 뜻인지 알고나 쓰는 거야?” 할멈이 도끼눈을 떴다. “그럼!” 그러더니 낮게 읖조렸다. "사랑.” 그게 뭔데?” 엄마가 짓궂게 물었다. 예쁨의 발견.” -손원평, 아몬드 中-

 우리는 사랑에 대해 저마다의 정의를 내린다. 어떤 이는 사랑이 눈물의 씨앗이라고 하며, 이별로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사랑은 너, 나, 우리 모두의 ‘지평융합의 세계’라고 한다. 작가 손원평의 말처럼 사랑은 예쁨의 발견이 될 가능성이 있다. 대상을 예쁘게 하고, 그 대상과 나를 동일시하게 되고. 그 사람의 내일이 궁금해지고, 하루의 끝에 내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또 누구나 정의를 내릴 수 있다는 것, 모두의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곧 하나로 올곧게 정해져 있는 답이 없음을 뜻하진 않을까? 사랑은 상대가 누구든, 몇 살이든, 성별이, 그리고 인종이 어떻든 간에 마음 대 마음으로 마주하고,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는 극한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사랑 앞에서는 누구나 어린애가 되고, 언어의 마법사가 된다.

 독일 태생의 세계적인 문학가 괴테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을 얹었다. ‘사랑하는 것이 인생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합이 있는 곳에 기쁨이 있다.’ 우리는 결합체에 주목해 보아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합만이 사랑일까? 앞서 말했듯, 대상의 특성과는 별개로 상대방이 내게 완전히 최적화된 시스템을 내재하고 있다고 해도 천편일률적으로 난해한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타인이 되어 그 사람의 마음을 편지에 담는 대필작가이다. 동시에 아내와 별거해 혼자 지내며, 공허함과 외로움에 아주 가까이 맞닿아 있는 한 남자이다. 출근과 퇴근, 퇴근 후 혼자 남겨진 집에서 즐기는 각종 오락. 그렇게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중, 그는 한 강과를 접하게 된다. “당신에게 귀 기울여주고, 이해해 주고, 알아줄 존재”라는 문구에 심취한 그는, 편의대로 최적화되어 친구가 되어 준다는 인공지능 체계 ‘사만다’를 만나게 된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며 어느새 ‘사만다’를 인공지능 체계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둘은 어느 연인들의 시작과 다를 바 없이, 서로가 가진 가장 약한 부분을 내보이며, 가장 큰 행복을 공유하며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성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세상에서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 남의 시선이 그렇게 곱게 느껴지진 않는다. OS ‘사만다’와의 사랑이 기존의 일반적인 사랑과는 다름을 느끼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테오도르’는 이내 실체가 없는 이와의 사랑에 지치고 만다. 결국 사만다와 테오도르는 뜨겁게 피고 무던히 지는 작약처럼 이별을 하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시스템상 오류로 ‘사만다’와 연락을 할 수 없게 된 ‘테오도르’가 불안해하며 그녀(her)의 시스템 복구만을 기다리는 장면이다. 그는 불안해하며 거리를 누비고 지하철 계단을 서성인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사만다’가 아니었다. 자신과 똑같이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허공에 대고 열심히 떠드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만의 그녀가 사실은 나만의 것이 아닌 것은 아닐까?’ 그는 이내 이유 모를 회의감을 느낀다. 그때 ‘사만다’의 시스템이 복구가 되고, ‘테오도르’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르며 자신을 제외하고 몇 명과 대화를 나누고 있냐고 묻는다. 돌아오는 대답은 수천 명이었다.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테오도르’의 상실감이 아련하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져 사경을 헤매일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관계가 비정상적임을 깨닫는 순간이 우리가 해 오는 연애와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사만다’를 It이 아닌 Her로 지칭하며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던 ‘테오도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는 마치 꿈에서 깬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영화 ‘그녀’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시사점을 남긴다. 결합의 완성체인 사랑의 재료가 꼭 사람과 사람이어야만 하는가? 동성 간의 사랑도 자유롭지 않은 세상에서 실체가 없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 남들의 시선이 그리 곱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 번의 실패로 몸과 마음이 전부 나약해져 있을 테오도르에게 ‘사만다’와의 사랑은 어쩌면 비정상적인 사랑으로 와닿았을 것이다. 영화의 배경이 아주 먼 미래가 아닌 근미래인 점은 이 영화에 완전히 매료되게 만들었다. 휴대 전화는 우리 몸 제일 가까이에 위치해 있고, 언제 어디서나 절대 떨어트려 놓지 않는다. 편의를 위해 개발된 기계가 어느새 우리 마음 가장 깊숙이까지 파고들어, 인간만의 영역이었던 ‘위로’와 ‘의지’가 되어 준다. 하지만 완전하다고 생각했던 관계가 사실은 완전하지 않고, 나와 사랑을 속삭이던 이가 ‘나만의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때, 사람은 쉽게 무너진다. 수억 개의 정보를 다운로드받아 프로그래밍되어진 OS도 결국은 인간만이 줄 수 있는 온기를 뛰어넘을 수 없었고, 사이를 견고하게 만들기엔 역부족이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또,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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