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이제 없는 당신의 흔적을
상태바
[청년시평] 이제 없는 당신의 흔적을
  • 이주영
  • 승인 2020.11.27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효관 작가, 〈부재〉 (디자인=이주영)
▲안효관 작가, 〈부재〉 (디자인=이주영)

[한국청년신문] 11월은 아픈 달이다.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 님이 생을 마감했다. 자신의 결점도 사랑하며 삶을 멋있게 개척한 이가 젊은 나이로 우리의 곁을 떠난 것이다. 연예계에는 추모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고, 누리꾼들도 그의 영면을 안타까워했다. 비단 연예인의 부고뿐만 아니라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이들과 이별을 맞이한다. 연인, 가족, 친구. 대상에 관계없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삶과 죽음은 인간을 가로질러 흔들어 놓는다.

우리는 가까운 이들도 언젠가 떠나보내야 한다. 삶은 영원할 수 없기에.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영원한 이별을 우리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오늘 읽어볼 시 「부재」는 가까운 이를 떠나보낸 화자의 담담한 심정이 드러난다. “당신의 부재”를 전해 듣는 화자의 모습은 어떠한지 시를 자세히 읽어보자.

화자에게 “당신”은 세상에서 떠난 지 오래된 사람으로 보인다. 화자가 “당신의 부재”를 타인에게 전해 듣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전화를 걸어보면

이름모를 누군가에게

당신의 부재를 전해듣곤 합니다” (4연)

그렇다면, 화자는 “당신”의 부재를 잊어버린 것일까? 그렇지 않다. “당신”의 휴대전화 “번호”는 화자에게 “가장 익숙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가장 익숙하던

당신의

손에 잘 쥐지도 않던

핸드폰의 번호” (2연)

단지 화자의 삶에서 “당신이 묻어있는/작은 시간조차” 없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고된 일상 속에서 “당신의 흔적”은 화자의 “작은 시간” 속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렇기에 화자는 “당신”의 부재를 누군가로부터 전해 듣는 것이다. 타인의 부재를 감각하기도 어려운 현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에서는 빈번한 일이다.

▲이주영(시 쓰는 학생들)
▲이주영(시 쓰는 학생들)

「부재」는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때, 곧 “부재”한 대상을 어떻게 마음에 간직하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망각이 아니다. 타인의 부재를 딛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타인의 부재를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일상을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끔 대상의 부재를 건너 듣곤 한다. 실상 그것이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부재」는 “당신”이 부재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차마 기억하지 못해도, 우리는 타인의 부재를 건너 듣고 있기에, 일상을 살아가도 된다고. 다만, 우리는 부재의 작은 “흔적”이라도 남겨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하여 마음에 부재를 간직하고, 종종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부재」를 읽으며 느낄 수 있다. 누구에게나 일어나지만,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타인의 부재.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삶을 살아가며 부재의 “흔적”을 남기고, 마음에 간직하는 일이 아닐까. 그것이 그들을 기억하는 일이니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