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아고라] 비밀번호 101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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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아고라] 비밀번호 1010235
  • 유진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30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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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유진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한국청년신문] 우리집에서 자주 쓰는 아이디는 99pm1152이다.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의 계정을 사용할 때면 줄곧 저 숫자와 영문 조합이 등장하곤 했다.

22년째 의문이었던 그 의미를 알게 된 것은 약 9개월 전이었다. 그 날은 어머니의 계정을 사용할 일이 있어 아이디를 여쭈어보았다. 아무리 오래되었다 한들,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은 이미 9를 향해 가고 있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던 아이디의 의미가 그날따라 유독 궁금했다. “엄마, 근데 이건 무슨 뜻이야?”

 

1999년의 어느 날 밤, 11시 52분에 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뒤집기를 하다가 높은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건강하게 자라 2020년의 어느 날 새벽, 3시 41분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처음으로 아이디의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 콧등이 시큰했다. 겉으론 티 내지 않으면서도.

“네 생년이랑 출생시간”이라는 무심한 한마디에서조차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대답을 하는 그 순간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지 생각해본다.

아마 속내는 나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8자의 알파벳과 숫자 덕분에, 난데없이 22년 전 어머니의 모습을 회상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나를 품었을 적 하루하루 기록을 남겨 책으로 만드셨다.

온통 한 아가를 위한 축복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 하나뿐인 기억의 묶음일테다.

 

그 시절 누구보다 나를 생각하며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적었을 어머니의 모습에

당신의 바램처럼, 오늘도 갈매기 조나단같이 높이 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9개월 전 내가 느낀 감정이 누군가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며.

오늘 아침 집을 나서기 전 마음에도 없는 모진 말로 다투고 나왔다면

내일 하루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려니 생각하는, 그런 말을 해보기를 바라며.

 

“진이는 세상의 것에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네게 있는 것을 남에게 베푸는넉넉한 사랑의 마음을 간직하렴.

 

너의 마음의 손으로 무엇을 얻을까, 잡을까 생각지 말고

먼저 베푸며 봉사하는 빛의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네가 먼저 주도록 하여라. 그것이 진실한 너의 기쁨이 될게다.”

- '하늘의 축복' 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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