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의 눈] 아무렇지 않다 암울해진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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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자의 눈] 아무렇지 않다 암울해진 일상
  • 박미연 청년기자
  • 승인 2020.12.30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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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연 청년기자
▲ 박미연 청년기자

[한국청년신문] 2020년이 끝나가면서, 한 해를 돌이켜봤다. 한해동안에 얼마나 거짓말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었는지.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무섭게 번지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금방 지나갈 것 같던 것들이 하루하루 지나면서 점점 무겁게 느껴졌다. 모든 것들을 버티며 안고 가야만 하는 무거운 짐 같았다. 한 해의 시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새로운 나이는 더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만 같던 희망이었고 설렘으로 가득찬 시작이었다. 누군가에게도 역시, 이 한해의 시작은 새로운 대학교를 가는 꿈이거나, 여행을 준비하거나, 수능을 준비하거나 혹은 새로운 직장을 가기 위한 첫걸음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무엇 하나도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 모든 자유는 코로나라는 벽에 가로막혔고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 역시 계획했던 것들을 처참히 접어야만 했다. 작년과는 다르게 우리는 늘 얼굴에 마스크를 끼고 다니며,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새로운 세상의 변화를 만나야만 했다. 가까이 앉아서 서로의 목소리가 어떤지 자세히 듣기조차 어려운 세상이 온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표정을 하는지 우리는 이제 볼 수도 알아차릴 수 조차 없게 되었다. 

억울하게도 우리는 이런 모든 것들에 원망할 대상 조차 잃었다. 중국에서 처음 시작된 바이러스라 하지만, 결국 이것은 정말 태어남에 불과할 뿐. 결국 이 모든 것은 하나의 법처럼 우리가 지켜야 하느 것들로 어느새 완전한 무언가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하 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감염될 수 있고,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면 그 모두가 감염될 수 있게 된다. 예전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잡았던 사람과의 손. 그렇게 느껴졌던 정과 온기는 이제 손 소독제 없이는 혹시나 바이러스가 옮을까봐 걱정하는 마음이 먼저 앞선다. 사그라드는 것처럼 보여도 모두가 지키지 않으면, 어느샌가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되는 습관 같은, 감기 같은 바이러스라고 한다. 우리의 삶에 밀어낼 수 없도록 아무렇지 않게 베여있는 감기와 습관. 우리는 앞서 두 개와 같은 모습을 띄고 있는 코로나를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을 맞이하게 될까. 코로나가 정말 아무렇지 않아질 수 있을까. 아니면 익숙해진 날에 이미 강력한 약이 나와, 우리는 예전과 같은 때로 돌아갈 수 있게 될까. 

하지만 나는 이미, 우리가 돌아갈 수 없는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뭐랄까. 이미 첫 연애를 시작한 남녀가 연애를 하지 않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코로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인 병균을 체험한 이상, 누군가와 아무렇지 않게 손을 잡는 게 어려워질 수 있겠다 싶었다. 이제는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나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또는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마스크를 꺼야만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 중 한 구절이 생각난다. 의식을 하는 순간, 존재가 된다는 것. 우리의 삶에서 의식되어 당연시 되어가고 있는 코로나는 우리에게 이미 어떤 존재가 되어있다는 것. 더는 부정할 수가 없다. 

마스크를 끼면서 거리를 돌아다니게 되니, 아이러니한 것들이 생겼다. 지나가다 타인의 얼굴을 볼 수도 없기에, 친했던 친구를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치는 일도 생겼고. 조금이라도 마스크를 코 밑으로 내렸느 사람만 있어도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것이다. 저 사람 때문에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는 거야 하면서 타인을 미워하게 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화가 나는 이 시간들에 자꾸만 탓한 거리를 찾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불안성과 폭력성이 짙어지게 되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또 있다. 현재를 살아야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우리인데 자꾸 과거의 시간을 쫓는 이들도 있다. 그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원래 우리는 이러지 않았는데 하면서 그때의 소중함에 대해서 자꾸 생각해본다. 우리는 바이러스 하나로 하루하루를 모아 일년치를 내내 감정소비 하면서 보내온 것이다. 우리의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우리의 아무렇지 않다가 아무런, 암울해진 일상을 어떻게 치료해줘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하면 자가격리라는 단어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고민해봤었다. 이 세상이라는 건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누군가와 소통을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생각했다. 나와 너가 있기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혼자 서있으면 나무에 불과하지만, 같이 모여있으면 숲이 된다는 말 역시 당연했었다. 그렇게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하면서 살아왔던 게 아무렇지 않았었는데. 모든 것들이 그저 암울해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일상 속에서 무엇을 지켜야 할까. 요즘같은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사회적 인지라고 생각한다. 나 하나를 위함이 아니라 누군가 또한 이 힘든 시기를 겪어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았으니 괜찮겠지. 마스크를 끼지 않아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사회의 일부분인 나의 작은 행동조차 누군가에게는 피해가 될 수 있음을 꼭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방역은 사실 큰데서 오는 게 아니라 작은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내가 지키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서 결국 나와 너 우리를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이 살게 될 미래 역시 지킬 수 있게 된다. 오늘 하루에 우리가 잘 지키는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내일이 된다. 앞으로가 된다. 그 사실을 부디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잠자코 이렇게 버티다 보면,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면 언젠가는 코로나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전 같은 세상이 다시 돌아올거라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래를 조금도 예상할 수 없기에 희망을 가져보자고 나 역시 그렇게 얘기하고 싶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정말 에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희망에 대한 해결방안들은 많을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방안은 사실 마련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슬프지만 희망적인 얘기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늘 소박한 꿈을 꾼다. 마스크를 끼지 않아도 사람들과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던 소중한 그때를. 지금은 느낄 수 없지만 불편 없이 나눌 수 있던 사람들과의 온기를. 아무렇지 않았던 일상이 다시 아무렇지 않아지길. 암울한 시대가 얼른 지는 날이 오길. 그리운 그때의 일상이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오늘도 소박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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