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파고 (1996), 욕망이라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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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파고 (1996), 욕망이라는 것에 대하여
  • 이서연 청년기자
  • 승인 2021.01.0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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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연 청년기자
▲ 이서연 청년기자

[한국 청년신문] 하얀 눈이 끝없이 펼쳐진 설원의 풍경 속에서, 세발의 총성이 울린다. 영화 파고는 인간의 욕망을 하얀 눈과, 붉은 혈흔으로 그려낸다. 

영화의 주인공 제리는 빚을 갚기 위해 불량배들을 고용하여 자신의 부인을 유괴하고자 한다. 부자인 장인으로부터 몸 값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던 계획은 우연한 사건들로 인해 조금씩 틀어지고,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제리를 비롯해 제리의 장인, 고용된 불량배들 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가장 원초적인 것, 인간의 욕망에 의해 움직인다. 그들이 욕망하는 것은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돈'. 삶의 수많은 갈림길 속에서 그들의 선택을 좌우하는 것은 오직 눈앞의 돈뿐이다. 사람을 죽이고, 거짓말을 하고 ... 그렇게 그들은 하얀 눈 밭에서 끝없는 미궁으로 추락한다. 

눈 밭이란 아름다운 순백의 것이라도 발을 디디는 순간 더렵혀 지기 마련이다. 가는 길마다 더러운 발자국이 남고 몸이 푹푹 꺼진다. 제리를 비롯한 인물들은 한순간의 잘못된 발디딤으로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단단하게 굳어져 아무리 더러운 발로 밟아도 자국이 남지 않고 그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땅도 있다. 그 반대편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추적하는 경관 마지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많은 인물들이 비뚤어진 욕망의 밭에서 뒹굴고 있을 때, 마지는 담담한 시선으로 이를 파헤친다. 결국 모든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고 영화의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감독은 마지의 입으로 지금까지 달려온 이야기의 의미를 전달한다. 29센트 짜리 우표만 보고 사는 사람은 3센트 짜리 우표의 소중함과 행복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모든 삶은 우리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우연과 선택의 갈림길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살아가는가는 우리의 마음에 달려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욕망한다. 그 굴레에서 벗어나오기란 쉽지 않다. 아니,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욕망에 잠식되지 않는 것이다. 욕망에 매몰되어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단단하고, 올곧게. 내 앞의 행복을 찾아가야 한다. 욕망이란 멈출 수 있을때를 알고 멈출 때, 비로소 아름다운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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