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아고라] 추위는 평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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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아고라] 추위는 평등하지 않다
  • 이상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0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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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소재에 대한 공동체의 성찰이 필요할 때
▲이상재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이상재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한국청년신문] 해마다 비슷한 시기 즈음에 하게 되는 비슷한 고민이 있다. 요즘은 올해 겨울은 또 얼마나 추울지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되는 때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걱정은 이 정도 수준에 그쳤겠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진 만큼 걱정의 모양도 다르다. 코로나에 발이 묶여 날씨 걱정을 덜어도 되는 것 같다가도, 바이러스는 겨울에 더욱 강하다는 말을 들으면 불안한 마음에 걱정은 어느새 커져 있다. 이것이 나를 위한, 안쪽을 향한 걱정이라면, 바깥을 위하는 걱정도 있다. 우리 사회로 시선을 돌려보자.

기후 변화와 코로나는 2020년 세계 사회를 여러 차례 몸살 앓게 한 주범들이다. 2020년은 울리히 벡이 제시한 위험이 사회의 중심 현상이 된다는 '위험 사회'라는 개념이 가장 잘 설명되는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기후 변화를 살펴보자.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초에 발표한 '세계 위험 보고서'에서 향후 10년 간 인류를 위협할 가장 큰 요인으로 기상 이변을 꼽은 바 있는데,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여름에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일본에서는 토지 1,550ha가 침수되고,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피해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올여름 장마로 인한 피해는 1조 원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코로나는 또 어떤가.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n차 대유행을 거듭하며, 여러 종류의 혐오와 불신이 양산되는 것을 목격했고, 수많은 청년과 자영업자들은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위기들은 공통적으로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을 재조명한다. 바로 이와 같은 위험들이 부자보다는 빈자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계층 갈등을 운운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에 대한 대응의 차이를 분석하는 데 있어 계층이 설명력이 높은 지표인 것은 사실이다. 계속해서 쏟아진 폭우로 인해, 지반이 약해서 일어난 잦은 산사태는 올해 1만 건이 넘는 주택이나 비닐하우스 시설 피해를 초래했음을 기억하자. 그들이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주민이었다면 이러한 피해를 겪었을까? 영화 '기생충'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부자에게는 폭우가 미세먼지를 씻어주는 반가운 소식일지 몰라도, 빈자에게는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일방적 폭력일 수 있다.

현재 느끼는 추위도 예외는 아니다. 겨울철 독거노인들의 동사 사고는 매해 겨울 뉴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비보이니까 말이다. 위험 자체는 모두에게 평등한 현상일 수는 있어도, 위험의 회피는 평등하다고 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파를 걱정하는 취약계층에게 정부는 추운 날씨에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시에는 따뜻하게 복장을 착용하라고 권고한다. 그리고 주변 이웃, 가족, 지자체의 관심을 촉구한다. 각자도생이 미덕이 되는 팬데믹 상황에서 이러한 안전 수칙들은 사실상 개인의 방치 또는 사회로부터의 격리로 번역되지 않을까 싶다. 약자들을 위기의 벼랑 끝으로 모는 위험은 어디에 있는가. 위험 회피의 책임을 개인의 몫으로 돌리는 사회가 그들에게는 또 다른 위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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