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작가] 짧은 문장에 오감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작가, 정지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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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작가] 짧은 문장에 오감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작가, 정지용 시인
  • 김다인
  • 승인 2021.01.0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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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작가 '정지용 시인' (디자인=문학위원 안효관)
▲금주의 작가 '정지용 시인' (디자인=문학위원 안효관)
▲금주의 작가 '정지용 시인' (디자인=문학위원 안효관)
▲금주의 작가 '정지용 시인' (디자인=문학위원 안효관)

[한국청년신문] 오늘 소개할 작가는 이미지즘의 대가이자 현대시의 개척자인 정지용 시인이다. 정지용 시인의 시는 크게 이미지즘의 시와 종교적인 시, 동양적인 정신의 시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절제된 언어와 풍부한 이미지가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일상적이면서도 낯선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이 보는 세상을 섬세하게 그려나갔다. 정지용 시인의 대표작으로는 향수, 유리창, 고향 등이 있다.

▲금주의 작가 '정지용 시인' (디자인=문학위원 안효관)
▲금주의 작가 '정지용 시인' (디자인=문학위원 안효관)

어떤 글자는 살아 숨쉬기도 한다. 정지용 시인의 시에 쓰인 글자들이 그렇다.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이라는 문장에서는 시골 한복판의 넓은 황금색 들판과 반짝이는 오후의 햇빛, 장작 타는 냄새 같은 것들이 연상된다. ‘시골’, ‘농촌’과 같은 직접적인 단어가 없기에 읽는 이들은 각각 자기 나름의 가장 생생한 시골의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짚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과 같은 문장들도 그렇다.

시인의 날카롭고 감각적인 문장들로부터 고향과 가족을 향한 그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은 으레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가장 주의 깊고 섬세하게 들여다보기 마련이니까.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이라는 문장은 주무시는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본 적이 있는 이만 쓸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묘사에는 구체적인 관찰이 뒤따르니 말이다.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라는 표현도 마찬가지이다.

고향을 묘사하는 일련의 문장들 속 반복적으로 모습을 내비치는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라는 구절이 시의 분위기를 단번에 쓸쓸하게 바꾼다. 그래서 이 문장은 ‘향수’라는 제목을 가진 시의 가장 중심이 되는 문장이기도 하다. 이 문장을 빼고 시를 읽어보게 되면 쓸쓸했던 글의 온도가 순식간에 올라갈 것이다. 이제는 돌아가본대도 다시는 볼 수 없는 그 시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담는, 그런 짧은 문장이다.

▲금주의 작가 '정지용 시인' (디자인=문학위원 안효관)
▲금주의 작가 '정지용 시인' (디자인=문학위원 안효관)

정지용 시인의 문장력은 당대에도 빛을 발하여 큰 이목을 끈 시인으로, 그는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선구자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정지용 시인은 현재까지 많이 쓰이는 공감각적 표현, 형상화된 정서, 참신한 이미지화 등의 표현기법을 이끌어낸 현대시의 아버지와도 같은 작가이다.

▲김다인(시 쓰는 학생들)
▲김다인(시 쓰는 학생들)

정지용 시인의 ‘향수’는 흘러가 돌아오지 않는 아름다움에 관한 시이다. 시인의 유려한 언어는 눈앞에 그 아름다움을 지나칠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그래서 한층 더 사무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무침은 인생의 가장 찬란한 면모 중 하나이다. 무자비하게 흐르는 시간의 끝에 추억조차 남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무정한가?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여러 ‘향수’ 조각이 촘촘하게 맞추어진 퍼즐과도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향수의 감정을 노래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 꼭 필요한 애도와 수용의 과정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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