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벌어진 간격 사이 그리움을 적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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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평] 벌어진 간격 사이 그리움을 적으며
  • 이진혁
  • 승인 2021.01.06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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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때 작가, 세상이 조금 기울었기 때문에 (디자인=이진혁)
▲깔때 작가, <책 모서리에 쓰는 편지> (디자인=이진혁)

[한국청년신문] 서로의 거리를 느낄 때, 우리는 그리워한다. 지금과 같이 서로 멀어져야만 했던 날이 또 없었기에, 우리는 너무도 그리운 오늘을 살고 있다. 전화, 인터넷, SNS의 도움으로 그 어느 때보다 그리움을 잘 이겨낼 줄 알았던 우리들이 기대보다 많이 여렸음을 크게 실감하고 있다. 오히려 이토록 깊고 긴 그리움을 마주한 적이 없었기에 우리는 이 상황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이 그리움이 더욱 무겁기만 한 것은 어쩌면 나눌 수 없는 그리움의 속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쁨, 행복, 슬픔, 비애, 심지어 아픔까지도, 모두와 함께 나누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는 온전히 홀로 감내해야만 하는 이 그리움이 야속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달래질 수 없는 그리움은 바쁜 일상 속 여백을 파고들어와 문득 가슴을 차갑게 훑고 지나간다.

오늘 함께할 <책 모서리에 쓰는 편지>는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시에서 화자는 늦은 밤 사무치는 그리움을 책의 여백에 짧은 글귀로 남긴다. 두꺼운 책의 수많은 활자 중에 내가 그리워하는 ‘너’를 담은 말이 하나 없음에 차가운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하얀 종이의 여백은 너를 적기 위해 남아있는 것이라며, 화자는 작은 글씨로 그리운 누군가를 담아내고 있다.

▲이진혁(시 쓰는 학생들)출처 : 한국청년신문(http://www.kyp.or.kr)
▲이진혁(시 쓰는 학생들)

시의 표현처럼 화자가 그리움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은 하얀 종이가 그렇게도 넓었기 때문일 것이다. 종이 한구석에 여백이 있었기에 문득 네 생각을 할 수 있었듯, 우리 역시 오늘의 여백이 있기에 소중한 무엇인가를 그리워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를 짧은 글로서 책 속에 담았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 삶의 한 구석에 소중한 것을 작은 의미로서 새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늦은 밤의 책 한 권이 그러했듯, 마침내 우리의 삶은 소중한 무엇인가를 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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