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의 눈] ‘사회적 거리두기’의 이면 - ‘집’이 두려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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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자의 눈] ‘사회적 거리두기’의 이면 - ‘집’이 두려운 사람들
  • 정새빈 청년기자
  • 승인 2021.01.0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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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빈 청년기자
▲정새빈 청년기자

[한국청년신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개인이 속한 공동체와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이어나가야만 유의미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대응방안으로 제시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장기화되면서 인간의 본질이 흔들리고 있다. 외부로의 사회적 연결고리가 희미해지면서 개인에게 남은 유일한 공동체는 ‘가족’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감염병 예방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그 이면의 그림자 속에서 고통 받는 이들이 있다. 바로 가정폭력 피해자들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봉쇄조치로 인한 가정 폭력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절도나 마약 같은 강력 사건이 줄어든 반면, 가정폭력과 사이버범죄가 크게 늘면서 범죄 지도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했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동제한령을 시행한 3월 17일부터 23일까지, 고작 일주일 동안 가정폭력 건수가 32%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4월의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오히려 작년 대비 감소했으나 본격적인 등교와 개원이 이루어진 뒤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가정폭력 정황을 신고하는 이들은 대부분 가정 외부에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가족 문제’로 상담을 받는 이들이 작년 대비 75.8% 증가했고, ‘정신건강’ 상담 역시 53% 증가했다. 청소년들을 관리하고 돌보는 사회적 안전망이 부재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폭력에 노출된 이들은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한국여성의전화로 가정폭력 상담에 참여한 여성들은 주로 자가격리 상황에서 외부의 지원이 가능한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입소가 가능한지 등을 물었다.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집을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 한국의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바깥으로 도망친 이들에게 이 시대는 너무도 가혹하다. 가출청소년 쉼터들은 코로나19 관련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입소 전후 자가격리에 필요한 비용을 이중으로 지출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상일 경우 임시선별진료소에서 무료로 검사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여건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가출청소년의 검사 비용을 쉼터 측에서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이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체계가 강구되어야 할 때이다. 그동안 수많은 이들에게 호평 받아온 ‘K-방역’ 수칙의 이면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집’이 두려운 이들에게 보다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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