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리 동네 독립서점 탐방기② _책방 고스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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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리 동네 독립서점 탐방기② _책방 고스트북스
  • 배은정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1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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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북스' 서점 내부 전경 (사진=배은정 칼럼니스트)
▲'고스트북스' 서점 내부 전경 (사진=배은정 칼럼니스트)

[한국청년신문] 고스트 북스는 대구 교동 카페거리에 위치해 있다. 유명한 카페나 식당들을 가기 위해서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게 된 입간판에는 몇 층에 책방이 위치해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책방을 가보는 것을 언제나 좋아하면서도 고스트 북스는 그냥 지나치는 일이 많았다. 처음에 골목을 지나 책방의 존재를 인식했을 때는 '여기도 책방이 있었구나.'라는 단순한 인지에서 시작 되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반복해서 이 길을 지날 때는 '언젠가 가 봐야지' 라는 생각에 초조함이 일었다.

책방이름이 왜 고스트 북스일까? 책방 주인의 취향은 공포 추리와 같은 장르를 선호해서 일까란 호기심이 일었다. 서울에서 친구가 방문하기로 한 2021년 새해의 토요일, 대구를 구경시켜줘야 한다는 일념과 내가 가고 싶은 대구의 새로운 장소를 가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밥을 먹고 내가 가보고 싶었던 책방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입김이 나오는 겨울, 목재 인테리어가 어우러진 포근한 공간에서 뜨끈한 육개장 칼국수를 점심으로 먹고 나와 길을 걸어 서점으로 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매서운 추위를 이길 재간이 없었다.

친구와 도란도란 '여기 식당 어땠어, 맛은 어땠니?' 등 또 뭘 하고 싶은지를 이야기 하다 보니 어느새 서점 입구에 당도했다. 서점이 막연히 2층이라 생각하고 계단으로 올라섰는데 알고 보니 3층이었다. 친구와 숨을 조금 몰아쉬면서 책장 밖에 있는 소식지를 기웃거리며 하나씩 나눠가졌다.

나는 책방에서 제작하는 조그만 책자나, 소식지, 엽서를 좋아한다. 독립서점만의 개성 있는 그림들이 귀엽고 서점을 상징하는 로고가 있는 스티커를 집으로 가지고 오는 날은 마음이 괜히 흐뭇하다. 조심스럽게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단정하고 정갈하게 꼽혀있는 책꽂이의 책들이 나를 반겨줬다.

3층에 위치한 서점은 2면이 통유리로 되어있어서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색달랐다. 친구와 같이 이런 저런 책을 조심히 꺼내보았다. 그 공간에 손님은 우리 둘 뿐이었다. 독립서점에 있는 작고 귀여운 책들을 꺼내서 그 안에 담긴 독특한 이야기들을 둘러보고 웃기도 하고 친구와 책을 바꿔 보기도 했다. 귓가로 들리는 배경음악은 내가 한동안 비가오거나 산책할 때 듣던 피아노 쇼팽의 녹턴 op.9 no.1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잠시 동안 흘러나오는 피아노곡에 귀를 따라 마음이 머물러 있었다.

서점에 가만히 서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기분 좋은 기운을 흠뻑 흡수하고 가는 기분이 들었다. 한쪽 코너에는 엽서와 수첩이 놓여 있었다. 친구와 엽서 한 장씩 사서 서로 써주기를 할까 했는데 '그래'라고 대답하는 친구의 얼굴이 진짜 그래는 아니어서 아쉽지만 엽서를 사진 않았다.

서점을 어느 정도 둘러봤다고 생각했을 때쯤 나는 책의 제목들을 그냥 읽어 보았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책들이 있는데 어떤 책들을 그저 잊히기도 하고, 어떤 책들을 작가의 사후를 지나서도 후대에 읽힌다.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끝까지 읽지 못했던, ‘스타인웨이 만들기’,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당장 읽어 보고 싶은 ‘백수도 성공은 하고 싶지.’ 많은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게 만드는 감각적인 일러스트 엽서까지 독립서점에는 내가 애정 하는 것들이 넘치는 공간이다. 2주에 한 번씩 도서관을 가서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서가에 꽂혀있는 묵은 책들의 냄새를 맡는다.

독립서점에 가면 서점 주인의 취향으로 꾸며져 있는 공간을 보고 그 속에 담긴 것들로 혼자만의 이야기를 만든다. 크리스마스는 지났어도 아직 길거리에 걸려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보면 2020년이 계속 되는 것 같아서 반갑다. 이 책방의 유리벽 한쪽에도 트리모양의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작고 사소한 것들에 이끌리게 하는 독립서점만의 분위기가 좋다.

일상을 사느라 팍팍해진 마음에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면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듯이 서점은 내게 그런 의미다. 친구와 서점을 구경한 후 계단을 내려오면서 더 늦기 전에 고스트 북스를 방문하길 잘했단 생각을 했다.

친구와 관람차를 타려고 걸어가며 책방이 어땠는지 물으니 재밌었고 책방에 팝업북 형식의 책들이 흥미로웠다고 한다. 친구와 하나의 좋은 추억을 좋아하는 공간에서 만들게 되어 기쁘다. 처음 방문한 책방에 이정도의 마음이라니, 다른 책방도 부지런히 방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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