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반 고흐의 천재와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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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반 고흐의 천재와 광기
  • 이서연 청년기자
  • 승인 2021.02.0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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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연 청년기자
▲ 이서연 청년기자

[한국청년신문] 영화 <고흐, 영원의 문>의 첫 시작은 화가들이 카페에서 공동전시회를 하기로 해놓고 모두 빠지는 바람에 빈센트 혼자 자신의 작품으로만 전시를 할 수 없는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의 미술사적인 업적이나 그만의 독특한 그림 세계, 자극적인 가십을 중심으로 따라가지 않고 살아 생전 딱 그림 한 점만 팔았던 화가로서 매우 불행했던 빈센트 반 고흐의 시선을 많이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인간사회를 바라보는 반 고흐의 공허한 눈빛과 자연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눈빛을 모두 잘 담아 냈음을 느꼈다.

빈센트 반 고흐는 19세기 미술사조의 어떠한 미적 원칙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내면적 감성과 고독을 화려한 색채와 생생한 붓 터치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추구하였다. 반 고흐가 표현하고자 하였던 것은 대상의 표면적인 인상이 아니라 그러한 표면적 성질을 빌어 내면의 본질을 찾아내 그것과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는 비평가 오리에의 말에서도 잘 나타난다 "고흐 작품의 끈적끈적하고 두껍게 칠해진 물감 안에 하나의 사상, 하나의 이념이 숨어있는 것을 간파하고 그것이야 말로 그의 회화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다. 초상화는 단순한 사진이 아니며 보리밭은 보통의 풍경 묘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고흐의 작품에 나타나는 일반적 표현 특성은 대상으로서의 현실보다 그러한 현실을 대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과 내면의 심리상태, 감정을 표현하였다고 말한다.

고흐는 색채에서도 시각의 연상이 아닌 감성적이며 능동적인 내면의 감정으로 읽어낼 수 있는 색채를 사용하였다. 그저 자연 그대로의 색채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고 자연과 인간의 일체감과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의 감동으로서의 순수한 감성의 색이었다. 그러한 색채에 대한 욕망은 그로 하여금 순수하고 강렬한 색채로 독자적인 색채 양식을 구축했다. 그의 작품 '해바라기'에서도 불 수 있듯이 자신이 동경하는 태양을 남부의 태양을 닮은 해바라기를 통해 황홀하고 강렬한 색채가 흘러 넘치는 듯 표현됐다.

고흐에게 예술은 그의 삶이며 기쁨과 고독이며, 이상과 정념의 세계였다. 1890년 권총으로 자신의 삶을 직접 마감하기 전까지 그는 예술적 정서를 자신과의 갈등 속에서 영혼의 투쟁으로 이어갔으며,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도 자신의 작품에 대한 열정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이것이 그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태양빛처럼 눈부신 감동의 메시지를 받는 양분이 되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반 고흐의 회화의 여러 특징들 가운데 하나는 색채가 형태나 구성에 종속되지 않고 개인의 감정이나 대상의 아름다움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이다. 그는 눈앞에 있는 것을 똑같이 재현하기 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주관에 따라 색채를 사용하였다. 이 작품의 경우에도 검은색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밤 풍경을 표현하고 있으며, 레몬 빛깔에 가까운 노란색으로 카페의 차양을 채색하고 있다. 또한 테라스의 가스등에서 퍼져 나오는 황금색의 불빛은 마치 보호벽처럼 사람과 주변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고, 벽돌 바닥을 따라 늘어진 카페의 파사드는 푸른빛으로 가스등의 빛을 반사한다. 이처럼 짙은 파란색과 밝은 노란색의 강렬한 색채대비는 물리적 세계에서 느껴지는 주관적인 감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그의 철학을 엿보게 해준다.

나아가 거리의 집들을 묘사할 때에 원근의 법칙에 얽매이지 않고 실제보다 형태를 과장되게 묘사하는 점, 그리고 두꺼운 물감으로 서둘러 그린 듯한 인물의 표현법 또한 눈에 띈다. 이를 통해 반 고흐가 독자적인 색채 사용과 개성적인 형태를 통해 자신이 사랑했던 것들과 그의 격정적인 내면세계를 가장 적절하게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회화의 법칙을 찾고자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가 색채나 선 같은 여러 조형 요소를 표현하는 방식에는 회화의 2차원적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는 그가 앞선 화가들이 중요하게 여겼던 환영적인 공간 묘사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회화가 개인의 생각이나 심리적 상태를 보다 자유롭게 표현해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영화 속 등장하는 반 고흐의 <자화상>은 그가 끊임없는 망상과 발작에 시달려 왔을 때 그려진 것이다. 자신의 병의 심각성을 깨달은 반 고흐는 1889년 스스로 생 레미의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이곳에서 그는 몇 달 동안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이 때 반 고흐는 자화상을 무려 6점이나 그렸는데 그 중 가장 격렬한 감정이 표출된 것이 1889년 9월에 그려진 <자화상>이다. 자신의 상반신을 표현한 이 그림에서, 반 고흐는 평소 그가 작업할 때 입었던 두꺼운 모직 재킷이 아닌 단정한 양복차림이다. 이 그림에서 반 고흐는 특히 얼굴을 부각시키려 했다. 작품 속 반 고흐의 얼굴은 수척해 보인다. 그의 불안한 녹색 눈과 긴장한 표정은 관람자를 그의 불안한 정신세계로 끌어들인다. 작품에 쓰인 색채를 보면 전체적으로 쑥 색과 옅은 청록색이 지배적이다. 이 두 색은 고흐의 머리와 수염에 사용된 타오르는 듯한 오렌지색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색채배치는 반 고흐가 보색대비 효과에 관심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자화상>의 오렌지색은 차가운 색인 쑥 색과 청록색에 의해 한층 강조되어 보인다. 또한 물결치듯 표현된 머리, 수염과 대조되는 그의 정적인 모습은 환시(幻視)효과를 주는 배경의 아라베스크 무늬와 만나 한층 두드러져 보인다. 반 고흐 특유의 소용돌이치는 아라베스크 무늬는 그가 생 레미의 정신병원에 입원한 시기부터 주로 나타난다. 당시 반 고흐는 사이프러스 나무, 하늘 등의 소재를 넘실대는 곡선의 형태로 표현했다. 이런 모습은 그가 당시 겪고 있던 고통과 불안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고흐는, 보색대비, 색채 배치 등을 통해 예술적 작품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불안함, 고통을 예술적 광기로 승화시킨 부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그림은 그가 고통스러운 삶을 견디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과 같은 존재였다. 고흐의 작품을 감상하며 그의 예술적 광기와 내면 표현을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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