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가족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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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평] 가족이란 무엇인가
  • 이주영
  • 승인 2021.02.0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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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은 작가, 〈가족야사(夜思/野史)〉 (디자인=이주영)
▲김동은 작가, 〈가족야사(夜思/野史)〉 (디자인=이주영)

[한국청년신문] 가족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태어나면서 대개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소속되어 일생을 살아간다. 물론 모든 이들이 가족에 소속되어 있지 않지만, 다양한 가족의 형태로 특정한 공동체나 집단에서 살아간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늘 읽어볼 시 「가족야사(夜思/野史)」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야사(夜思/野史)’이다. 두 한자어를 서술하고 있는데 전자는 밤이 깊고 고요한 때에 일어나는 온갖 생각을 뜻하고 후자는 민간(民間)에서 사사로이 기록한 역사를 말한다. 과연 어떤 이유에서 ‘가족야사’인 걸까? 그 의미를 기억하면서 시를 읽어보자.

1연에서 화자에게 보이는 것은 “눈 위로 떨어지는 검은 외풍”이다. 화자의 눈으로 검은 바람이 부는 현상을 관찰하는 것인지 혹은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부는 풍경을 묘사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어느 것으로 읽어도 텍스트의 이해에 무리는 없다. 다만, 그 “검은 외풍”이 화자에게 “모로 누우라 손짓”하는데 화자는 이를 거부한다. 화자가 비뚤게 누웠을 때 보이는 대상은 부정적 감정의 총체와 어설픈 사과의 말이기 때문이다. 화자와 가까운 이―여기서는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으로 읽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인다―가 남긴 것이기에 화자는 더욱 “검은 외풍”의 요구에 따를 수 없다.

벽에 남겨진 그의 말들은 “흔적”은 없어져도 새겨진 감각은 여전히 남아있다. 3연에서 달빛은 화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벽을 바라보게 만든다. “어렵게 단념한 사과 하나를 바라게” 하는 것이다. 화자는 여전히 거부한다. 과거를 잊었다고 이야기하지만, 다시금 그것을 떠올리는 일은 자신을 파괴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아가 화자 자신을 부끄럽게 하는 행위이기에 화자는 끝까지 거부할 수밖에 없다.

화자의 눈앞에 보이는 “커튼”은 “녹색 능금”을 화자의 입으로 넣어준다. 여기서 “능금”은 3연의 “사과”와 같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능금은 외형이 사과와 비슷하여 사과 품종 중 하나로 생각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과일이다. 곧, 여기서 화자는 외풍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대안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화자의 적극적인 행위로 인한 결과라기보다는 대상에 의한 수동적인 행위에 머물러 있다. 그렇기에 마지막 연에서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이렇게 시를 읽고 나면, 제목과 부제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이 시는 가족에 대해 밤에 떠오른 생각을 써 내려간 것이면서 스스로 기록한 가족사에 대한 시이다. 미완의 결말은 부제와 통한다. 무언가 끝나지 않고 찝찝한 감정을 일컫는 ‘앙금’은 화자의 마음을 비유했다고 볼 수 있다.
가족 구성원의 내밀한 서사가 이 시의 전체적인 상황을 아우르고 있고 그 안에서 화자는 과거의 어떤 좋지 못한 일―가족 간의 불화와 같은―을 기억하며 대안을 모색하지만 완전한 성공도 아닌, 완전한 실패도 아닌 그 어딘가에 머무른다. 그렇기에 다시금 새로운 “아침”을 기다리지만, 그 이후의 일을 알 수 없기에 시는 여기서 끝나게 된다.

▲이주영(시 쓰는 학생들)
▲이주영(시 쓰는 학생들)

「가족야사(夜思/野史)」는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우리는 어떻게 가족으로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족 간에 마찰이 생겼을 때, 우리는 어떻게 상황의 반전을 꾀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시에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이 시를 읽고 나면 가족의 의미와 가족 내에서 일어난 사건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난 과거의 일들, 특히나 가족과 관련된 일들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만약 기억하지 않고 싶은 과거라면 우리는 그 사건들을 어떻게 지나왔는가? 결국 지금의 가족과 과거의 가족은 어떤 것일까, 무엇이 달라진 것인가? 시는 ‘앙금의 역사’라고 이야기하지만, 개인마다 마주하는 가족의 이야기는 다를 것이다. 이 시를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면 어떨까? 일상의 주변을 다시금 생각해보고 스쳐 지나쳐가는 일들을 복기해보는 일은 문학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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