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부동산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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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부동산의 차이
  • 김영은 청년기자
  • 승인 2021.02.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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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집과 공유 서재로 재탄생한 춘천 약사동 60년 묵은 폐가. (사진제공=’나묭’ 작가의 브런치)
▲가정집과 공유 서재로 재탄생한 춘천 약사동 60년 묵은 폐가. 한국청년신문 기사 자료로 '나묭' 작가님이 직접 사진 제공. (사진제공=’나묭’ 작가의 브런치)

[한국청년신문=김영은청년기자] ‘집’이라는 단어는 부동산과 달리 사람의 숨결을 담고 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의 꿈은 ‘내 집 마련’이다. 누구도 ‘내 부동산 마련’이라고 하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 부동산 투기’라는 말은 뉴스 1면에서 수도 없이 마주하지만, ‘집 시장, 집 투기’라는 말은 접해본 적 없다. 집을 자산 증식 수단으로 여기는 순간 세상의 온갖 집은 움직이지 않는 돈이 된다. 부동산 세계에선 로또로 인한 희극, 깡통으로 인한 비극, 시세차익 하나에 울고 웃는 촌극이 다양하게 연출되지만, 소재의 중심인 집 자체엔 어떤 생명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이에겐 먹고, 쉬고, 꾸미며 살아가는 공간이 되기도 하는 집은 실제로 ‘움직이지 않는 자산’, 그 이상의 생명력을 갖는다. ‘숨결의 공간’이다.

사람의 숨결은 폐가도 ‘집’으로 만든다. 숨결이 끊긴 공간은 삐걱거리고, 한기가 돌아 금방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 같다. 도무지 되살아날 것 같지 않은 공간도 사람이 오면, 다시 숨을 쉰다. 디스커버리 채널에 방영된 <빈집 살래>의 공간이 그렇다. 창덕궁 옆 궁세권 지역, 60년이나 된 버려진 한옥. 슬레이트로 아무렇게나 덮인 지붕 아래에는 먼지가 가득하다. 얼마 뒤, 이 공간은 반지하에 살던 동양화 학생들의 셰어하우스로 탈바꿈한다. 눅눅한 공기와 섞여 살면서 늘 제멋대로 번져버리고 마는 먹그림. 이를 보며 쓴웃음을 짓는 학생들은, 학교 근처 조금이라도 더 싼 부동산을 찾은 청년이었을 뿐이다. 도심에 아무렇게 버려진 폐가가 '하우스'가 되기까지, 청년들이 원하는 작업을 마음껏 하도록 돕고 싶은 건축가의 마음이 담겼다.

숨결을 담는 작업은 도심 외곽에서 더욱 활발하다. 춘천 약사동 60년 묵은 폐가를 가정집과 공유 서재를 만든 블로거는 건물이 아닌 ‘인생을 리모델링’한 기분이란 후기를 올린다. 정부가 첫 번째로 추진한 도시재생사업 역시 경남 하동군 광평마을, 외곽에 버려진 공 폐가에서 시작됐다. 투박한 건물에 순환형 임대주택이 완성됐다. <너뱅이꿈>이란 이름이 붙었다. 직접 모임을 구성하고 현장을 수시로 찾은 지역 주민 각각의 꿈이 담긴 ‘집의 이름'이다.

▲ 경남 하동의 폐가에서 순환형 임대주택으로 거듭난 공간. 주민들은 ‘너뱅이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진제공=뉴스1)
▲ 경남 하동의 폐가에서 순환형 임대주택으로 거듭난 공간. 주민들은 ‘너뱅이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진제공=뉴스1)

쓸모없는 공간을 ‘집’으로 만들어 살아가는 모습 자체는 보는 이에게 어떤 감동을 준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좋다. 폐가를 ‘집’으로 고쳐 사용하는 유튜버 <오느른>의 브이로그를 이미 25만 명 넘는 사람들이 구독하고 있다.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보고 리모델링을 결심한 최별 pd의 눈에 폐가는 가치 없는 시골 부동산이 아니다. 오래된 추억이 담긴 ‘집’이다. 하루하루 공간을 ‘집답게' 만들어나가면서 동시에 서서히 동네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이 보는 이에게 따스함을 준다.

물론 수도권 부동산 순위 지표는 가볍게 그 따스함을 짓밟아 버린다. 도시 깊숙이 들어갈수록 숨결 없이 번쩍거리는 빈 아파트들이 많다. 아무렇지 않게 매겨진 자산 순위가 마치 동네 순서 같고 사람 순서 같다. 그러나 여전히 부동산과 집의 차이는 사람의 숨결이 정한다. 궁세권 청년 셰어하우스, 너뱅이 꿈, 최별 pd의 집은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사는 곳’은 ‘사는 것’과 다르다고 구분 짓는다.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공간을 바꾸고 꾸며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채널들, 그리고 거기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가 원하는 ‘집’이 반드시 한 가지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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