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리 동네 독립서점 탐방기③_책방 사과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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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리 동네 독립서점 탐방기③_책방 사과서점
  • 배은정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2.1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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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서점' 입간판 (사진=배은정 칼럼니스트)
▲'사과서점' 입간판 (사진=배은정 칼럼니스트)

[한국청년신문] 입춘이 지나고 나니 해가 길어졌다. 설 연휴가 있던 주 토요일은 날씨가 온화할 거라고 미리 들어서 그날은 꼭 외출해야 지란 마음이 들었다. 친구와 약속을 잡고 만나러 가는 길, 날씨가 좋아서 하염없이 걷고 싶었다. 원래는 맛집이라고 해서 오래도록 줄을 서지 않는데 그날은 점심을 먹기 위해 오래 서 있어도 괜찮다는 느낌이 들 만큼 날씨가 좋았다.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서 맛집을 줄 서서 먹는 걸까? 문득 궁금했다. 이미 가게 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니 갖가지 메뉴를 시켜놓고 자신의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 편하게 친구와 웃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보였다.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기다리니,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은 이 가게에서도 발휘되었다. 가게 안에 들어가니 손님은 손님대로 가게 안의 직원은 직원대로 분주했다. 빠른 주문과 빠른 조리 후 서빙은 가게를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음식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막상 음식이 나오니 군침이 돌고, 튀긴 떡에 버무려진 달콤한 떡볶이 소스의 조화가 좋았다. 다시 와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무작정 또 길을 걸었다. 어디로 갈지 방향을 정하지 않고 이야기를 하면서 걷고 또 걷고, 너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하니 어떤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 같은 질문을 던지며 지나다가 보이는 소품가게에 들렀다. 귀여운 디즈니 캐릭터 열쇠고리와 볼펜들, 그리고 예술가들이 쓴 영어로 적힌 책, 넓은 공간에 놓고 싶어지는 예술적인 그림들과 내 공간이 생기면 사고 싶은 LP판들이 있었다.

가게를 어떤 콘셉으로 운영하길 원하는지, 운영철학은 무엇인지 가게를 나오면서 궁금해졌다. 내가 가고 싶었던 카페가 있는데 거기도 예술적인 영감을 카페에 불어넣는 곳으로 유명했다. 지금은 공사 중이라서 가볼 수가 없고 코로나로 인해서 공사일정도 늦어지는지 완공되었다는 소식은 기약이 없다.

그 카페에 담긴 철학은 무엇이었길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던 건가. 나만의 가게를 연다면 나는 나를 닮은 어떤 공간을 구현해 낼 수 있을까. 소품가게를 나와 또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카페에 가서 차 한잔을 하려고 목표는 정했는 데 갈 가게는 정하지 않고 바다를 유영하는 해파리처럼 친구와 흐느적흐느적 걸었다. 길을 헤매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걷다 보니 친구의 지친 얼굴이 들어와서 지도를 켜 검색해 가까운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 안에 이미 사람이 많아서 날씨도 좋으니 밖에 앉기로 했다.

고개를 조금만 올려보면 보이는 파란 하늘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날씨가 좋은 날을 온전히 누린다는 만족감, 입안을 깔끔하게 해주는 밀크티 한잔을 마시고 그 날의 여유를 즐기려는데 친구가 아프다고 해서 빠르게 음료를 마시고 조금 급하게 헤어졌다. 친구와 안녕하고 집으로 돌아가기가 아쉬워 메모장에 언젠가 들러야지 했던 책방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름도 단정한 느낌의 ‘사과서점’ 미리 어떤 서점인지 검색해보니 책 포장에 마음을 담는 서점 같아서 은근한 기대가 올라왔다.

중심가와 떨어진 곳에 있어 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곳까지 오기 힘들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처음 보는 골목길의 풍경을 따라 서점으로 향하는 길, 조용한 나만의 장소를 찾는 사람들이 여길 오겠구나 싶은 작은 카페와 쿠키가게 그리고 오후 4시인데 'Sold Out' 되었다고 입간판을 걸어놓은 와인 가게를 보며 이 골목만의 한가로움이 좋았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서점에는 가게 주인분이 부지런히 뭔가를 포장하고 계셨다.

공간은 정사각형 형태로 소박한 느낌을 주었고 책이 많진 않았다. 독립서점은 책 제목을 읽는 것에서부터 재미가 시작된다. 가게 안에 놓인 투명한 와인 잔과 책의 조화도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좁은 공간에 혼자 있으니 혼자 눈치가 보여 책 제목만 읽고 가게를 얼른 나왔다. 책 제목을 읽는 동안 온기를 주던 난로와 초록색 상큼한 사과가 그려진 책방의 입간판 또 그 옆에 놓인 여린 잎사귀가 돋아난 화분을 보며 아련한 오늘의 추억을 되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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