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아고라] 편안한 소비환경 뒤에 수고로움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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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아고라] 편안한 소비환경 뒤에 수고로움이 따른다.
  • 유지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2.2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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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수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유지수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한국청년신문]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직접 필요한 제품을 매장에서 구매하기 조심스러운 시기인 탓에 자연스럽게 택배 주문량도 폭주했다. 늘어나는 택배 물량에도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줄이기도 하는 악조건에서 근무하는 택배기사분들의 과로사 또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 기사를 2020년에 유독 많이 접했고 그때마다 민연한 기분이 들었다.

택배기사들은 일반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한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수도권 택배기사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4시간으로 나타났고 휴일과 휴가를 거의 적용받지 않는다. 그들의 한 달 평균 근무 일수는 25.3일로 나타났고, 매월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쉬는 날이 전혀 없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고 노동과정 중에 휴게 시간이 거의 없다고 답변했다. 택배기사라는 직업은 평균적으로 운전능력 이외 별다른 숙련을 갖지 못한 중•장년층 남성 노동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가져다주는 일자리 중 하나다. 장시간 노동, 휴식 없는 삶으로 인한 고통을 높은 보수의 대가로 인식한다. 택배기사들은 대부분 30대에서 50대의 남성으로, 주로 가정의 경제적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의 높은 강도를 감내하고 있다. 또한, 장시간 노동과 휴식 없는 삶은 견디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대부분 노동시간 감축이 소득 감소를 야기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낄 것이다.

택배기사들의 자발적인 수용 또는 능동적인 선택으로 보이는 근무 여건은 사실상 택배기사들의 노동과정과 노동조건의 구조적인 제약 및 법적인 보호의 부재 상황에 따른 것이다. 첫째, 일반적으로 택배기사들의 근무 편성은 자유로운 휴가 사용이 쉽지 않을 정도로 여유 없이 짜여있다. 따라서 휴가를 사용하기 위해서 본인의 대체 인력을 구해야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담은 택배기사들에게 전가된다. 둘째, 택배기사들의 보수 산정은 배송 및 집하 작업을 한 물량의 개수에 따라 정해지는데 쉽게 말해, 노동한 만큼 보수가 늘어나는 체계이다. 또한, 그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교통사고나 계약상의 문제 등이 발생하면 일자리를 잃게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러한 두 가지 특성이 맞물리기 때문에 택배기사들에게 당장의 수익을 위해 미래의 안전보장을 희생하는 태도가 내면화되어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장시간 노동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인 규범이 없다.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는 법 제도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주당 노동시간을 제약하는 근로기준법의 조항을 적용받지 못한다. 사실상 택배기사의 노동시간은 사실상 무규범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2020년 9월부터 여러 기초지자체에서 필수적인 노동 지원 조례가 만들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노동계에 큰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지원 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한정함으로써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가 1월 21일에 서명한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에 서명한 지 5일 만에 사측이 합의를 파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장 먼저 택배업체와 지점 및 대리점에서 택배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는 비율을 증대시키도록 유도하여 그들의 고용 불안정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택배 업체가 물량 배정 기준과 인력 편성 및 보수 지급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택배업체가 노동과정의 효율화에 책임짐으로써 분류 작업의 증가로 인해 요구되는 노동시간이 택배기사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택배기사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항상 마음 한구석에 안고 일해야 한다는 점, 노동의 사각지대에서 기본적인 노동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점으로 인해 직업에 대한 만족도와 자긍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하므로 정부나 지자체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직업인으로서 안정감을 느끼도록 해주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밤낮없이 일하시는 택배기사분들의 노고 덕분에 소비자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민하지 않고 터치 몇 번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 “배송료를 지불했다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닌가?”라고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그만큼 수많은 소비자가 택배기사분들의 수고로움과 그에 상응하지 못한 고된 노동 환경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발생하는 택배 파업을 소비자 대부분 본인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심사에 두지 않는 씁쓸한 현실이다. 코로나라는 어려움에 직면했음에도 소비자가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것은 언택트 방식으로 이루어진 택배기사분들의 안전한 배송 덕분이다. 당장 내일부터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누려왔던 편안함도 없어질 것이라는 경각심을 가지고 택배기사분들이 누려야 할 노동 권리에 관해 관심을 가지며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 함께 목소리를 높여 부실한 노동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한 걸음씩 나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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