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위로받은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상태바
[청년시평] 위로받은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 이수민
  • 승인 2021.02.26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민 '하얀 밤' (디자인= 이수민)
▲이수민 '하얀 밤' (디자인= 이수민)

[한국청년신문] 하루가 저물고 늘상 반복되는 또다른 하루를 준비하기 위해 불을 끄고 이불을 덮고 눈을 감는다. 왠지 오늘따라 잠에 들지 않고 나를 힘들게 하는 순간 순간이 떠오른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아가려고 노력해왔건만, 어쩐지 무너질 것만 같은 날이다. 한참을 기억 속을 더듬다가 질문을 던진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걸까?’ 아이처럼 엉엉 울고 털어버리고 싶지만 나는 이미 그 순수한 울음조차 흘리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10년 뒤에는 아주 멋있는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던 조그마한 나에게 미안하게도 지금의 나는 아무런 목표도, 하고싶은 것도 없는 그저 외로운 어른이 되어버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내일이 오질 않길, 그대로 영원히 잠드는 것이리라.

세상엔 당신을 외롭게 하는 것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더 이상 삶을 견뎌낼 수 없을 정도로 힘든 나날이 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하루하루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그 외로움을 씻어 줄 위로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응원이 될 수도, 길을 가다가 갑자기 귀에 들어오는 음악일 수도, 우연히 발견한 짧은 글귀일지도 모른다. ‘위로’의 힘은 강하여 넘어져 흙이 묻은 당신의 무릎을 털어주며 다시한번 일어설 수 있게 해 줄지도 모른다.

이 시는 그러한 ‘위로’의 힘을 알려주는 시이다. 위로의 매개체인 ‘피리소리’가 무엇일지 생각하며 읽어보자

1연에서 화자는 방음되지 않는 벽 너머로 고요히 들리는 피리소리를 듣는다. 유난히 적적한 하루를 보낸 화자는 아마 오늘도 외롭고 쓸쓸한 하루를 반복했을 것이다. 저 벽 넘어의 소리는 그리 잘 내어진 소리는 아니었으나 화자의 하루에 비하면 너무도 아름다운 가락이다. 화자는 이 아름다운 가락을 타고 그동안 외면해 왔던 자신의 하루하루를 돌아본다. 스쳐 지나가는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 후회되는 순간들에 화자는 그만 처절하게 무너져 내린다. 여기서 화자는 ‘자그마한 아이’로 표현되었는데 그 의미는 첫째, 무겁고 커다란 세상에 비해 화자는 너무나 자그마한 사람이기 때문이고 둘째, 마치 어린 아이처럼 세상의 속세에서 벗어나고 싶은 화자의 바람이 담겼기 때문이다. 화자는 너무나 지치고 힘들어 눈물을 흘리며 세상에 호소하듯 울부짖는다. 아마 화자는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이 남아있지 않은 듯하다. 그러던 도중 화자는 계속해서 들려오는 피리의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는 화자의 울음이 물러갈때까지 오랫동안 울려 퍼진다. 투박하고 낡은 소리지만 아주 정성스럽게 아이를 위한 연주를 하는 피리. 아이는 왠지모르게 강한 위로의 손길을 느꼈다. 그 밤은 아마도 아이가 깊게 잠들 때까지 연주가 계속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다시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였다.

▲이수민(시 쓰는 학생들)
▲이수민(시 쓰는 학생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아이는 어느 골동품 가게에서 낡고 오래된 피리를 발견한다. 아이는 왠지 모를 이끌림에 그 피리를 구매한다. 아이가 부는 피리는 또다시 서툴은 소리로 다른 이들을 위로할 것이다. 그렇게 피리의 소리는 지금도 위로받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가면서 더 깊은 소리를 낸다.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간 피리소리는 ‘위로’ 그 자체이다,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건내는 다른 사람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겨우 음악소리 하나로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조그만 위로의 목소리는 아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당신도 이미 그 힘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피리소리는 어디서 오는가. 당신을 이 세상에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그 피리소리를 간직하라 그리고 그 소리를 또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그저 어둑한 밤이 아닌 하얀 밤은 위로 받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