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오선보, 그 시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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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평] 오선보, 그 시간 속으로
  • 김희원
  • 승인 2021.03.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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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쓰는 런준님 <다섯개의 줄>

[한국청년신문] 사랑과 더불어 모든 인생 이야기는 음악과도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때는 마치 정겨운 새소리를 듣는 것처럼 아름다운 음악이 펼쳐진다. 하지만, 우두커니 어두운 먹구름이 인생에 찾아올 때는 마치 악마의 교향곡을 감상하는 것처럼 먹먹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은 내 순간에 자리하는 갖가지의 상황에 따라 자신의 내면에서 연주되는 음악이 다르다. 또는 같은 음악이라도 이에 부여되는 의미와 정의가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음악이라는 고귀한 존재에 인생을 담아 시에 접목한 시인 ‘런준’을 만나보았다. 시인은 정성 들여 쓴 시 중에서도 앞서 언급하였듯이 사랑의 순간을 음악에 비유해 시로 표현하였다. 처음에 이 시를 접하였을 때, 우선 음악을 시에 담았다는 것에서 흥미로웠다. 또한, 자세히 다가가 보았을 때 시에는 모든 연인들의 사랑이라는 감정과 행위가 섬세하게 잘 묘사되어 있었다. 특히 시어 ‘5개의 줄’은 오선보를 의미한다. 시인의 말을 빌려보자면, 음표들을 그려 넣을 수 있는 5개의 선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사랑을 악보에 빗대어 표현하였다고 한다.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이 발상은 정말 신선한 접근이었다. 나에게 있어 오선보는 친근한 존재이자 그저 음표들의 세상, 놀이터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이 음표들만의 세상에 인간의 삶도 빗대어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 김희원(시쓰는학생들)
▲ 김희원(시쓰는학생들)

이렇게 여백의 오선지에 차분히 그려지는 남녀의 사랑은 작가의 따뜻한 어조와 함께 유연히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검은색의 음표가 아닌 잔잔하게 추억으로 담아가는 오선보는 어느 때보다 사랑스러워 보였다.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점은 음악에서는 단순히 악센트로 불리는 것들이 이 시에서는 낭만적인 추억으로 표현되었던 점이다. 이는 딱딱하게 음악 이론의 일부분으로 다가왔던 악센트와 음표들이 부드러운 문학의 세계로 잠시 놀러 온 셈이다. 또한, 마지막에는 다양한 악상 기호로 화려하게 채웠던 사랑이 씁쓸히 끝을 맞이하며, 다시 텅 빈 오선보로 돌아왔을 때의 아픈 감정도 자연스레 잘 전달되었던 것 같다. 그러고는 지난 추억과 감정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모습도 ‘도돌이표’에 빗대어 표현되었다. 이는 흔히 이별 후에 느끼는 텅 빈 그리움이 오롯이 4글자에 잘 표현되었다. 어떤 긴 수식어와 설명이 필요 없는 그 순간을 한 마디의 단어로도 공허하게 내뱉을 수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음악은 즉 소리는 사실상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삶도 음악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둘은 많이 닮아 있다. 작가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마음속에선 추상적인 색으로 보이게 되는 이 신비한 두 세상의 모습을 잘 활용하였다. 또한, 인생과 음악 그 모호한 경계선에서 작가는 비로소 다채로운 빛깔을 칠해 가며, 독자에게 큰 위로를 전해주었다. 더 나아가, 시를 본 독자들은 자신의 삶이 음악에 그려진다면 어떻게 채워질 수 있을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다섯개의 줄>을 통해 우리 모두의 오선보 또는 자신의 음악에 아리따운 음표가 가득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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