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아고라] 쿠팡은 어떻게 100조 기업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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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아고라] 쿠팡은 어떻게 100조 기업이 되었나
  • 최원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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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석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 최원석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한국청년신문] 누군가에게는 자랑스러울 일이다. 쿠팡 기업이 지난 1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상장 당일 주가는 45%를 치솟아 종가기준 시가총액 100조를 달성했다. 그 후 며칠간 다소 주가가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100조를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17일 기준 91조 3000억원) 단순히 시가총액만 놓고 보자면 SK 하이닉스가 102조 가량이기 때문에, 쿠팡이 국내에서 2~3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비슷한 이커머스 경쟁 업체와는 비교할 것도 없고, 빅데이터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보다도 훨씬 크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쿠팡의 상장을 대한민국 경제의 쾌거라고 말한다. 이번을 계기로 국내 스타트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한편, 쿠팡 상장 나흘 전인 지난 7일에는 또다시 쿠팡 노동자가 사망했다. 심야 및 새벽 배송을 담당하던 노동자였다. 일 년 새 비슷한 사고가 하도 많았기 때문에 사망 보도가 새로운 사건인지조차 헷갈릴 지경이다. 연이은 사건에 대해 많은 언론과 시민들이 비판했다. 쿠팡은 그때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변하지 않았다. 빅데이터를 다루고 물류혁신을 이루겠다는 100조짜리 회사가 노동자에게는 너무 무심하다. 회사 경영진이 악랄한 사람인 탓일까. 아니면 뭔가 구조적 문제가 있는 걸까. 이쯤에서 우리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쿠팡은 어떻게 100조 기업이 되었을까.

쿠팡은 분명 대단한 회사다. 위력은 굳이 증권 보고서를 보지 않아도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쿠팡 트럭과 배송직원들을 쉽게 만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쿠팡 서비스를 이용하며, 쿠팡은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있다. 이렇게 확장하는 건 쉽지 않은 길이었다. 4조 이상의 누적 적자를 내며 공격적으로 규모를 늘려왔다. 일각에서는 저러다 망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말해주듯, 쿠팡은 적자를 훨씬 상회하는 매출을 올릴 거라는 비전을 인정받았다. 그 비결은 쿠팡의 사업 전략에 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들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한다. 하지만 쿠팡은 구매자가 주문한 물품을 자신들의 물류창고에서 직접 가져다준다. 우리가 주문하기도 이전에 미리 물류창고에 다 가지고 있다가, 주문에 맞춰 배송하는 것이다. 입고-관리-분류-배송을 모두 직접 하는 이러한 시스템을 “풀필먼트(Fulfillment) 시스템”이라고 한다. 이 전략을 위해서는 전국 곳곳에 물류창고를 지어야 한다. 당연하게도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또한, 아무리 풀필먼트라고 해도 세상 모든 물건을 갖다 놓을 수 없으니, 소비를 예측해야 한다. 구매자 정보를 처리하여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쿠팡은 배송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다. 이 역시 돈이 든다. 다시 말해, 쿠팡은 고정비용이 아주 많이 발생하는 기업이다.

고정비용이 이렇게 큰 상황에서 회사가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은 하나다. 서비스를 확대해서 평균단가를 낮추는 것이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이다. 배송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평균단가는 하락한다. 이왕 지은 물류창고에서 100개 제품이 나가는 것보다는 500개 제품이 나가는 것이 낫다. 이왕 고용한 노동자가 100개를 배송하는 것보다 500개를 배송하는 게 낫다. 어차피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쿠팡에서 느끼는 매력 중 하나는 로켓 배송, 새벽 배송이다. 우리는 쿠팡의 고객 만족 서비스에 감동할지 모르나, 사실 이는 쿠팡 입장에서 당연하다. 밤낮 없이 물류창고와 노동자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 쉽게 말해, 돈 들인 것은 최대한 뽑아먹는다는 논리이다. 이제 알겠는가. 왜 사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노동 환경을 개선하지 못하는지. 그냥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쿠팡은 상장으로 돈을 벌었으니까, 손해를 어느 정도 메꿨으니까, 여유가 생겼으니까, 노동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쿠팡의 전략을 플라이휠(flywheel) 전략이라고 부른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쿠팡이 상당 부분 참고하는 전략이다. 최저가 판매를 통해 고객을 확보하고, 경쟁업체를 제거하여 시장을 확보한다. 그렇게 차지한 이윤은 다시 투자하여 최저가 판매를 가능하게 만든다. 이 과정의 무한반복이다. 지속적인 성장이 담보되어야 사업이 유지될 수 있다. 애초에 시장 독점을 노리고 만들어진 회사다. 그러니까 쿠팡은 멈출 수 없다. 노동자 사고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다. 쿠팡 노동자들은 한 손에 레드불을 든 채 끝나지 않는 마라톤을 뛰고 있다.

다시 묻는다. 쿠팡은 어떻게 100조 기업이 되었을까. 노동자를 극한으로 착취했기 때문이다. 물론, 쿠팡이 가진 어마어마한 소비자 데이터, 재고 예측 시스템, 물품 분류 시스템 등도 대단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물류혁신을 일으킬 4차 산업혁명의 선구 기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혁신이라는 것도 노동자가 덜컹거리며 수레를 끌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노동자가 죽어라 일해서 100조를 쌓아올렸다. 아무리 못해도 그 중 일부는 노동자 몫이다. 쿠팡은 지난달 15일 노동자에게 최대 1000억 규모의 주식을 부여한다고 했다. 100조 중 1000억은 0.1%다. 모르긴 몰라도 그것보다는 비중이 크지 않겠나.

쿠팡과 우리의 선택이 남았다. 착취가 구조적이라 한들, 기업의 선택으로 어느 정도는 완화할 수 있다. 성장세가 조금 완만하고, 평균단가가 덜 낮아지더라도, 그 결심이면 노동자가 죽지 않아도 된다. 우리도 선택해야 한다. 오늘 주문한 두루마리 휴지를 꼭 내일 새벽에 받지 않더라도, 며칠 지나고 받아도 괜찮은 삶이 좋은 삶이라고 믿는다. 내막을 다 알고도 내일 문 앞에 택배가 놓여있기를 기다리는지, 아니면 노동자의 편안한 밤을 기원하며 느긋하게 기다릴지.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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