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아고라]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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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아고라]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 것일까
  • 홍수빈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2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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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수빈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 홍수빈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한국청년신문]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만나는 세상은 확실히 새롭고 놀라운 신세계다. 평생 금지되던 일들이 나이 한 살 더 먹었다는 이유로 포문을 개방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관계와 배움의 기회가 쏟아져 나온다. 처음 만나는 자유는 어른으로서의 삶이 시작됨을 알리는 공포탄 같았다.

큰 자유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사람의 수명을 80세로 한정한다면 4분의 3을 평생 어른으로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자유가 주는 새로움과 기쁨은 일시적일 뿐이다. 남은 삶은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슬기롭게 이용해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는 순간들로 채워진다. 이 고민을 깊이 있게 하지 않은 사람은 철없는 사람이란 질타를 받는다. 나이는 어른을 판가름하는 완벽한 기준이 아니다. 자유를 책임감 있게 다룰 수 있는 사람만이 어른이 된다.

우리가 자유로운 사람들이라면 삶의 모습도 훨씬 다양해야 한다. 그런데 어른의 삶은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갖는 일로 여겨지고 이 틀에서 벗어난 삶은 실패한 삶이라 불리고 있다. 우리는 삶을 자유롭게 개척해 나간다고 믿고 있지만 헤게모니가 되는 사회 문화와 주류 이데올로기 영향 아래서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삶과 행동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거대 담론이 무엇인지 알아야 초월적인 자유를 얻을 수 있다.

2010년,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김예슬 씨가 자퇴를 선언하며 공개한 대자보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자본과 결탁해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은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했다는 주장과 큰 배움도 큰 물음도 없는 대학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냐는 호소는 교육의 진정한 의무가 무엇인지 묻고 있었다. 학생일 때 누구나 왜 어려운 공부를 하면서 대학에 가야 하는가 의문을 품어 본 적 있을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대학을 가야 좋은 직장에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들은 적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말을 차마 부정할 수 없었다. 꿈이 없던 학생들 역시 학업은 미래의 돈벌이를 위한 고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돈벌이를 위한 교육은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하는 인간 군상을 양성한다.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이 된 교육은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반문하는 인간을 기르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 대신 자본가에게 반기를 들지 않는 순수한 노동자를 길러내는 것이다. 경쟁 중심 교육은 신자유주의 시장의 논리와 일치한다. 신자유주의 시장이 경쟁을 장려하고 경쟁에서 뒤처진 자들을 지양분 삼아 굴러가듯이 학생들에게 남의 우위에 서는 법을 가르치고 성공과 승리만이 유일한 가치인 양 느끼게 만든다. 올바른 교육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협동하는 삶을 가르친다. 그러한 삶은 어떤 인간도 인간의 우위에 올라서기를 허용치 않으며 남과 공생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와 결합한 교육은 자본의 노예가 된 인간을 배출해 획일화된 삶을 그릴 뿐이다.

어른에게는 부조리한 사회를 바꿔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진정한 어른은 사회 구조적 폭력에 노출된 사람을 외면하지 않으며 타인의 아픔을 공유한다. 사회를 바꾸는 일에는 때로 억압과 탄압이 따른다. 불이익을 견뎌내고 옳은 일을 하기 위해서 잃을 것 없는 자유로운 삶이 필요하다. 자본주의에 얽매인 사람은 쉽게 부조리한 구조를 바꾸려 할 수 없다. 그들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살기 때문에 불이익을 감수할 엄두를 내지 않으며 자신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일들은 자처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되어서 나 자신을 진정한 의미의 어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대학 입학은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사회의 주역이 되어 병든 사회를 치료해야 할 대학생들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만 있다면 불평등도 외면해 버렸다. 대학에 갔으니 좋은 직장에서 좋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담론이 학생들 사이에서 당연한 이치가 되었고 이에 따라 학력은 곧 권력이 되었다. 배움을 통해 약한 사람들을 대변하기는커녕 자기 이익을 꾀하기 급급했다. 교육의 가치, 배움의 진정한 힘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우리에게는 자유가 필요하다. 신자유주의의 멍에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어른으로 살아갈 자유가. 그리하여 인간의 가치를 수호하고 세상을 바꿔나갈 책임을 기꺼이 지고 싶다. 우리를 굴종의 노예가 아닌 인간으로 만들어 줄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자본주의의 굴레를 탈피해 인간의 평등을 노래하고 삶의 가치를 존중할 교육의 자유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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