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아고라] 글쓰기 모임, 자기만의 방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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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아고라] 글쓰기 모임, 자기만의 방을 마치고.
  • 배은정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4.0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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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은정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 배은정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한국청년신문] 3월 한 달 동안 매주 토요일 아무의 방이란 공간에서 글쓰기모임을 한다는 소식을 SNS에서 보고 신청하게 되었다. 자기만의 방이란 단어에 끌렸고, 나를 알아가는 글을 쓰면서 어떤 나를 발견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처음 시간에는 모인 멤버들이 짝지어 서로 질문하며 알아 감을 통해 서로를 소개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만나는 이에게 관심을 가지려면 궁금한 점을 생각하고 물어봐야 한다. 처음 짝으로 정해진 사람은 나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만의 느낌이겠지 싶어서 그냥 열심히 질문하고 성심껏 그 사람을 소개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좋아한다. 형식으로 시작하는 종이지에 나를 적어 보기로 했다. 나는 노란색을 좋아한다. 나는 꽃을 좋아한다. 등의 문장을 채우며 가볍게 나라는 사람에 대해 설명했다.

3월의 두 번째 주에는 각자 카톡에 딩동 이라고 울리면 그 메시지를 봤을 때 본인의 인식을 적고 일주일 뒤 만나서 나누는 것이었다. 그 시각 나의 인식을 적어 본다는 것은 바쁜 삶에서 잠시 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은 그 시간에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다. 글을 끼적였던 기록물들을 왜 나는 한 번 더 되짚어 보지 않고 그냥 버렸을까, 그것은 내가 글쓰기 모임을 하고 글을 쓸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세 번째 주에는 본인이 꾼 꿈에 대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적어 보는 것이었다. 꿈을 미적거리며 꾸다가 일어나면 잠을 깊게 자지 못했다는 의미여서 꿈을 의식해서 적어야 한다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의식하며 한 번 적어보기로 했다. 꿈들이 대체로 유쾌하거나 행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꿈이라는 건 희미하게 기억하다가 일어나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잊히는 게 미덕이라는 마음 때문에 글을 쓰면서 내키지 않았다. 꿈에 대해 내가 적은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꿈을 꿨지만 굳이 적고 싶지 않다며 적었던 글이었다. 나는 심통을 부리고 싶었나. 고집을 부리고 싶었나. 알 수는 없지만 꿈에 대해 별로 적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네 번째 주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재밌었다. 하고 싶다, 하고 싶지 않다 어미로 끝나는 문장을 번갈아 가면서 100행을 쓰는 것이다. 네 번째 주 글을 쓸 때 가장 재밌었다. 하고 싶다. 로 끝나는 문장들은 한참을 적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쓰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서핑도 배우고 싶고, 스페인도 가고 싶고, 로또도 당첨되고 싶고, 갖고 싶고 경험해 보고 싶은 게 여전히 많다. 다른 사람들의 문장 속에는 사랑하고 싶기도 사랑 받고 싶기도 사랑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는 각자의 사랑에 대한 욕망들이 있었다. 이 글쓰기를 하면서 신기했던 점은 100행을 향해 갈수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감정을 민낯을 보는 것은 우리 모두 내면의 껍질 안에 연약한 자아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 공감이 가고 좋았다. 내가 안정적으로 잘 삶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에게도 힘들고 상처 받았던 순간들이 있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와 너는 다르지 않구나. 라는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지질한 나를 드러내는 것이 소위 말하는 쿨한 모습과는 달라서 부끄럽고 열등감이 느껴졌다. 하고 싶지 않다. 로 문장을 맺는 글을 쓰면서 나는 왜 이렇게 열등감이 많을까, 나는 하고 싶은 게 이렇게 많은데 왜 다 잘해내지 못하는 것 같지란 자책을 하며 글을 썼는데 사람들 앞에서 낭독을 하고 나니 세상에 이런 나의 면모도 드러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기도 했다.

▲글쓰기 모임장소 '아무의 방' (사진제공=배은정 칼럼니스트)

작년에도 올해도 책모임이나 글쓰기 모임, 등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돌이켜 보니 그때마다 나는 나의 힘듦을 한참을 이야기하고서 사람들에게 위로 받았다. 그들은 나를 힘껏 안아주는 위로를 해주진 않았지만 가볍게 악수하는 정도의 위로를 해주었다. 많이 힘들었겠다. 라는 단순한 위로를. 잠이 들기 전 벌겋게 달아오른 마음들을 마음이 다 열리지 않은 상태로 힘들다고 쉽게 아우성 친 것이 후회가 돼서 또 다른 이에게 나 너무 창피해요 라고 읍소를 했는데 그 사람도 본인의 얘기를 떠벌린 게 창피해서 이불 킥 많이 했다는 위로를 더불어 받게 되었다. 4번의 글을 쓰고서 꽉 찬 3월의 토요일을 보냈다. 비가 오는 저녁, 벚꽃 길을 따라 걸어가는 길이 훤하다.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지란 오묘한 설렘을 안고 3월의 글쓰기 모임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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