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아고라] 진심으로 만드는 또 다른 진심, 시에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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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아고라] 진심으로 만드는 또 다른 진심, 시에 담아내다
  • 한지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4.0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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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일 포스티노'를 감상하고
▲ 한지수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 한지수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한국청년신문] 화려한 포장지 안은 주로 텅텅 비어있을 때가 많다. 멀끔하게 포장된 말로 사람을 현혹하는 사기꾼들도 잘 살아가는 세상이다. 이런 번지르르한 말들을 싫어하고 쉽게 믿지 않는 나는 모순적이게도 시를 사랑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라는 문장을 ‘당신은 나의 장미다.’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이 시의 기본 형태이자 매력이다.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양한 단어들로 꾸며내는 방식에 있어서는 같으나, 사기꾼들의 언행과 시는 묘하게 느낌이 다르다. 둘의 차이를 명확히 분별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영화 「일 포스티노」를 감상하게 되었다.

주인공 마리오는 베아트리체에게 첫눈에 반해 다짜고짜 시인 네루다에게 시 한 편을 써달라는 무례한 부탁을 한다. 그에 격분한 네루다는 “누군지도 모르는데. 시인은 영감의 대상을 알 필요가 있다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순 없는 거야!”라고 답한다. 그의 말은 사기꾼과 시의 차이를 알아보는 과정에 있어 첫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내 마리오는 베아트리체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글로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던 그녀를 자신의 방식대로 마음껏 풀어내되, 글에 진솔한 마음만을 담아낸다. 작문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는 그는 직접 쓴 시로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을 얻어내는 것에 성공한다.

이렇듯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선 네루다의 말처럼 본인이 담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깊은 사고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시인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던 내용에서 벗어나 길을 잃어버리는 사태를 초래한다. 이도 저도 아닌 시를 쓰게 되는 것, 마치 기분 좋은 연기를 내뿜는 온천에 발목까지만 담그고 나오는 것처럼 흐지부지한 글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시인은 대상을 관찰함과 동시에 그로 인해 본인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느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마리오가 베아트리체에게 줄 시를 쓰는 과정에서 그녀의 뛰어난 외모에 감탄하는 것에서 그쳤다면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신의 눈망울을 영원히 마주하고 싶으며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직접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가까운 사랑을 원해요.’ 그의 시에는 이러한 감정들이 담겨진 덕분에 베아트리체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경제적 목적만을 위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다가가 거짓된 말들로 꼬드기려는 사기꾼들과의 차이는 여기서 명백히 드러난다고 볼 수 있겠다.

어려운 단어들을 마구 나열하여 있어 보이는 척하는 것만큼 멍청한 고백은 없다. 따로 보면 아무런 관련 없는 단어들이 시인에 의해 하나의 진솔한 문장을 구성하는 재료들이 되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문장은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된다. 무엇보다 시인의 꾸밈없는 진심이 담겨져 있기에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본인이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대상에 있어 솔직한 마음을 담아내는 시. 그로 인해 독자들의 알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을 자유로이 도출해내는 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기회를 만들어내는 시. 그것이 바로 좋은 시라고 생각한다. 베아트리체의 사랑을 얻어낸,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 마리오의 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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