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의 눈] 증오가 낳은 애틀랜타의 비극, 변화의 시점은 지금
상태바
[청년기자의 눈] 증오가 낳은 애틀랜타의 비극, 변화의 시점은 지금
  • 이상재 청년기자
  • 승인 2021.04.06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아시아인 6명 포함 8명 사망.. 범행 동기는 ‘인종 혐오’?
- 美 정부 청문회 개최.. 바이든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 이상재 청년기자
▲ 이상재 청년기자

[한국청년신문] 지난 16일 미국 애틀랜타 주의 한 마사지 샵에서 8명이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아시아인 6명이 사망했고, 피의자는 젊은 백인 남성이었다. 사건 발생 장소가 아시안 스파 업소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번 사건을 그저 미친 사람의 끔찍한 살인 행각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범행 동기를 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가 아닌 피의자의 성 중독으로 밝힌 경찰의 수사 발표가 논란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러한 시각에 동조하는 의견도 더러 있다. 마사지 샵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유혹을 느껴 마사지 숍을 없애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는 피의자에 말에 따르면, 성 중독 범죄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심층 동기를 은폐한 발표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번 총격 사건은 크고 작은 인종 차별 경험을 당하는 사회적 약자인 아시아인들에 대한 커다란 혐오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테러이며, 성 중독을 운운하는 이들은 본질을 애써 외면하는 방조범들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범행 동기를 확실히 단언할 수 없다는 양시론도 제기되었다. 미국 언론에서는 아시아계 여성들을 이국적인 성적 대상으로 폄하해왔고, 가해자 역시 언론의 시선을 후천적으로 학습한 상태에서, 성 중독 문제까지 겹쳐 이러한 참극이 일어났다고 보는 입장이다. 

덩치를 키우는 논란 속에서 사회가 수행해야 할 과제는 수많은 견해들 중 '정답 고르기'가 아니라, 논란의 원인이 되는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미국 사회에 뒤늦게나마 경종을 울리고, 대안을 촉구하는 계기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역사 속에서 미국에서 발생한 증오 범죄 사례들을 되짚어보자. 최근 뉴욕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할머니 폭행 사건이 있었고, 작년에는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조지 플로이드 사건도 있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92년에 발생한 LA 사태 역시 장기간 지속된 인종 차별에 격분한 흑인들이 일으킨 유혈 사태였다. 이러한 사례들 후에는 특기할 만한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아시아계 시민들의 인종 차별 경험이 다수 소개되면서, 증오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LA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차량 시위를 열어, 인종 차별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집회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온라인에서도 많은 유명인들을 중심으로 #Stop Asian Hate(SAH) 해시태그가 활용되면서 아시아인 인권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도 1987년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주제로 청문회를 개최했다. 아시아계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산 바이러스'라고 거듭 표현하여 인종 차별을 부추겼고, 이는 미국 내 아시안들을 향한 혐오를 키우는 양분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언론에서 범행 동기를 성 중독으로 비추는 것을 중단하고, 이번 사건이 아시아인 또는 여성 대상 증오 범죄라고 정확히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침묵하면 공범이 된다며,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3일,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애틀랜타 총격 사건과 더불어, 22일에 콜로라도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영향이 크다. 미국 내 총기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총기 규제는 언제나 언급되어 왔던 사안이었고, 그간 어떤 형태로든 규제가 시행되어왔지만, 지금까지 총기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규제가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애틀랜타 사건은 증오 범죄로 분류되는데, 핵심은 '범죄'보다 '증오'에 있다고 본다. 물론 사회 방위적 차원에서 총기 규제를 시행해 범죄율을 낮추는 것은 중요하지만, 미국 사회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증오를 씻어내는 공동체적 성찰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이 바뀌지 않으면 사회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이제는 무거운 침묵을 깨고 활발한 변화를 시작할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