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인생은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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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평] 인생은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
  • 이주영
  • 승인 2021.04.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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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민 작가, 〈버림〉 (디자인=이주영)
▲김관민 작가, 〈버림〉 (디자인=이주영)

[한국청년신문]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소비 대신에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버리고, 삶에 필수적인 물건만 소유하고 사는 생활이 대세가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버리는 것일까? 미니멀 라이프는 개인의 의지로 버림으로써 해방감이나 자유 혹은 가벼움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런데 오늘 읽어볼 시는 현실을 위해 버린다고 이야기한다. 시를 읽어보자.
1연에서 화자는 “인생은 버림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이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무언가를 버린다고 말하고 있다. 연속적인 삶에서 끊임없는 행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2연에서 화자는 “여유”와 “꿈”, “희망” 따위의 추상적인 단어를 언급하며 그것들은 인간의 생계에 비해 비교적 가볍게 여기는 것들이라 말한다.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단어들은 종종 현실의 굶주림 앞에 버려지고, 그것은 현실의 삶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불가피하게 버려야 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추상의 단어는 현실의 삶에서 그리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화자는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버리는 것들을 “내려놓음의 역설”이라고 이야기하며 그러한 버림의 행위는 끝없이 지속될 것이라며 감상하고 있다. 여기서 감상하다는 ‘하찮은 일에도 쓸쓸하고 슬퍼져서 마음이 상하다’의 감상(感傷)으로 읽히는 것이 자연스러운 듯하다. 화자가 현실의 삶을 위해 “꿈”이나 “희망” 따위를 버리는 일이 긍정적인 행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주영(시 쓰는 학생들)
▲이주영(시 쓰는 학생들)

「버림」을 읽고 나면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버리는 행위를 해왔던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미니멀 라이프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물건을 버리는 것이라면, 버림의 라이프는 주어진 현실의 삶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개인의 열망이나 희망, 꿈 등을 버리는 것이다. 동일한 버림의 행위임에도 그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무엇을 버려 왔던가? 무엇을 위해 버리는 삶을 살아가는가? 이 시가 미니멀 라이프에 던지는 말이 있다면, 다름 아닌 버림의 방향성일 것이다. 화자에게 답해보자. 무엇을 위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어떤 것들을 버려왔는지 말이다. 그러한 버림의 행위는 무엇을 남겼는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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