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사랑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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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평] 사랑의 기록
  • 이수민
  • 승인 2021.04.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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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기록 (= 이수민)
▲ 사랑의 기록 (= 이수민)

[한국청년신문] 그저 고요한 맘에서 시작된 그리움이었다. 가족들과 즐겁게 외식을 하러 왔는데도 어딘가 멍한 느낌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느낌, 아주 깊은 곳에서 너를 부르는 외침이 조용히 귀를 울렸다. 몸서리쳐지는 그리움이 아니라, 펑펑 울고 난 후에 눈물을 살짝 머금은 채로 주변이 흐릿하게 보이는 그러한 마음, 전날 꿈에 네가 나와서 아침에 일어났더니 당신의 잔상이 어른거리는 그러한 마음이었다. 이런게 사랑일까. 그동안 사랑이라고 믿어왔던 감정들과는 너무도 달라 잠시 불안한 마음도 스쳐지나갔다. 나는 모든 것에 의심이 많은 편이다. 그러므로 사랑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너와 나 사이 사랑을 형성해 낸 정체는 무엇일까. 그 답을 알아내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들이 결정지은 답은 '기다림'이었다. 그래, 너와 나 사이엔 기다림이 잠재해 있다. 서둘러 형성된 것이 아니며, 그럴 듯하게 에둘러진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기다림으로 과정을 만들어 낸 그런 사랑. 나는 이 사랑에 대하여, 당신에게 편지를 쓴다.

사랑을 할 때 가장 무서운 것이 뭘까. 나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사랑은 '자기세뇌'였다. 상대방의 마음이 더이상 사랑이 아닌 잘못된 방법일지라도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으며 자기세뇌를 하는 것. 매일밤 공포심에 휩싸여, 불안정한 나를 뒤로하고 상대방의 불안을 먼저 위로하고, 집착과 호된 말에도 괜찮다며 스스로를 세뇌시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이 사랑인 줄 알았다. 아니, 나를 잃을까봐, 내가 어디로 떠날까봐 불안해 하는 당신을 안심시키고 감싸주는 '나'를 사랑했던 건지도 모른다. '당신을 포용하고 모든것을 이해해 주는 나'에 취해 오랜기간 그 끈을 놓지 못했다. 결국 끝난 관계였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때에는, 나를 온전히 제외할 줄도 알아야한다. 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가 존재해야만 한다. 아무런 이유 없는 사랑은 불타는 사랑이 끝날 때 붙잡아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아, 나는 이 모든 사적인 감정을 빼놓고도, 너를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존경하고 사랑한다.

외로움은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감정이다. 판단력을 흐트려 놓는 아주 위험한 것. 인간이 외롭다고 느낄때는 많은 것들을 수반하게 된다. 우울증이 오기도 하고, 술을 먹기도 하고, 아무런 사람이나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외로움이 만들어 낸 사랑은 매우 불안정하다. 마치 모난 데 없는 공 위에 물건을 올려놓는 것과 같다. 그러니 건강한 사랑의 전제 조건은 건강한 마음과 정신이다.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안정된 마음으로 너를 마주한 건 최적의 만남이었다고, 그러니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을 의심하는 건 그리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나쁘다고만 말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그것을 통해 우리의 만남의 해답을 찾았으니까. 그리고, 온전히 나를 정제하는 방법 또한 찾아내었다. 나를 둘러싼 불안의 감정들을 걷어내는 것, 그리고 당신에게 바라는 환상적인 마음까지 틀에 거르고, 온전히 당신 자체를 볼 수 있게되었다. 

▲ 이수민(시쓰는학생들)
▲ 이수민(시쓰는학생들)

그 모든 것들을 지나쳐 내가 정말로 바라던 것. 우리의 사랑이 시작된 근원지. 그것은 '기다림'이었다. 그것은 우리 모두를 벌거벗겨 놓아도 얇은 막처럼 서로를 감싸안을 수 있게 할 것이다. 기다림이 만들어 낸 우리들의 사랑. 나는 그것이 매우 소중하다.

어제도, 오늘도 시간이 지날수록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우리 둘을 생각하며 나는 마음 한 켠에 꽃 한 송이를 피워냈다. 천일홍. '변치 않는 사랑'.  달밤에 피워 낸 작고 여린 꽃이 천천히 시간을 두고 자라나서 나를 그만의 색깔로 가득 채워주었으면. 꽃말의 의미를 보고 조용히 사랑한다고 말해 준 당신 덕분에 나는 오늘도 햇빛보다 더 따듯한 조명 아래에서 당신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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