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아고라] 미디어가 보여주지 않는 삶의 색깔
상태바
[청년아고라] 미디어가 보여주지 않는 삶의 색깔
  • 홍수빈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4.19 1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홍수빈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 홍수빈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한국청년신문] 인간의 눈은 전자기파 중에서 가시광선만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식별할 수 있는 색이 제한적이다어떤 동물들은 인간보다 훨씬 다양한 색을 구분한다. 인간의 눈은 빨간색, 파란색, 녹색을 분별하는 3가지 추체을 가지고 있다. 반면 4가지 추체를 가진 동물들은 색각이 인간보다 훨씬 예민하며 몇몇 종들은 자외선의 색을 보기도 한다. 인간이 보는 세상과 동물이 보는 세상은 사뭇 다를 것이다. 무엇이 세상의 진짜 모습일까? 우리의 눈이 가시광선만 식별할 수 있는 한 우리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인식은 우리에게 실제를 제공하지 않는다. 인식의 방법이 제한적이고 편협하기 때문이다. 눈이 나빠져서 사물을 흐리게 보는 사람이 있다면 시력을 교정하는 안경을 써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안경을 쓰면 머리가 어지럽기도 하며 콧잔등을 누르는 감각이 내내 신경 쓰이기도 한다. 인식 방법을 바꾸는 일이란 어렵고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상을 굳이 다른 방식으로 보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식 저편에 어떤 진실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마치 우리가 가시광선 이외의 색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무지는 잘못된 인식 방법을 용인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예로부터 서양은 제국주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식 방법을 통해 비유럽국가를 바라봤다. 그들은 지배욕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식과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했다. 제국주의에 물든 열강들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뜻의 적자생존 이론에서 강자가 약자를 탄압하고 번영하는 일을 합리화했다. 거기에 미개한 인종을 개척시키는 것이 백인의 의무라는 '백인의 짐' 논리가 가세했다. 입맛에 따라 편집된 논리가 약소국에 대한 지배적인 인식론이 되었다. 비유럽인은 열등한 개화 대상으로 타자화되었다. 잘못된 인식 방법은 다양한 문화와 삶을 배척하고 오로지 서구적인 것만이 가치 있고 우월하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서양의 제국주의적 인식 방법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이 세상은 서로 다른 고유한 전통과 문화로 생동하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가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보는 세상은 다분히 백인들의 주관이 반영된 수동적인 세상이다. 동양인 캐릭터는 고정관념에 따라 하나같이 노란색 피부와 찢어진 눈을 가지고 있다. 동아시아 문화가 쿵푸, 닌자, 사무라이, 태권도 등의 제한된 이미지로써 재생산되는 일은 타국에 대한 깊은 탐구 없이 대상화된 이미지만 세습하고 있는 창작자의 게으른 태도를 보여준다. 미디어에서 아프리카 원주민은 야만적이고 미개한 부족으로, 중동 지역은 테러 국가로, 아시아는 모험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비로운 나라로 묘사된다는 점에는 19세기 서양이 비유럽국가를 정복과 개화의 대상으로 인식했던 방법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끈 히어로 영화 시리즈에서 세계를 지키는 막대한 임무를 부담한 캐릭터들이 대개 백인 남성으로만 그려지는 것 역시 제국주의 사상을 뒷받침했던 선민사상의 답습이다. 문제는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는 잘못된 인식 방법을 전파하고 그것이 주류 이데올로기로 변질되는 속도를 가속시킨다. 미디어가 세상을 편협한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그것이 일상생활에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길 가능성도 커진다.

인종을 떠나 모든 인간은 입체적인 존재다. 미디어가 세상을 보는 방식으로는 타인이 나와 동등한 인간이며 그들이 각자의 삶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없다. 혐오는 그러한 무지에서 기인한다. 텔레비전을 가까이서 보면 눈이 나빠진다. 나빠진 눈으로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간해낼 수 없다. 인식의 방법을 달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세상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새롭게 본 세상은 엑스트라로 밀려났던 사람들이 능동적 주연으로 선 무대다. 그 무대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에서 벗어나 인간 삶의 다채로운 색으로 아름다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